[사설] 민주당 쇄신은 이해찬 박지원 퇴진부터

입력 2012-11-02 18:21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 산하 새로운정치위원회가 당 지도부 총사퇴론을 제기했다. 정치쇄신안을 만들기 위해 당 안팎 인사로 구성된 새로운정치위는 최근 심야회의에서 격론 끝에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도부 총사퇴란 사실상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대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라 파장이 적지 않다.

이들의 퇴진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선대위 산하 공식 기구에서 정식으로 제기했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즉, 문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에서 이들의 후퇴를 요구했다는 것은 이-박 투 톱 체제가 이미 역할을 다한 것을 넘어 유권자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출범 초기부터 친노 세력과 구 민주당 세력의 야합으로 비난받았던 여론이 현실화한 것이다.

물론 당 지도부가 이미 전권을 문 후보에게 위임하고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한 상황이라 이들의 퇴진 필요성이 절박한 것은 아니다. 예산 국회를 앞두고 원내대표를 교체하는 것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총선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새누리당에 참패한 데 이어 제1야당 주자인 문 후보가 정치 신상품인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노회한 이들 두 명의 구 정치인 탓이 크다.

국민들은 문 후보는 좋아하지만 계파 정치, 지역 정치, 기득권 정치를 고수하는 민주당에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자신을 정치로 이끈 이해찬 대표와 호남을 상징하는 박 원내대표를 문 후보가 쉽사리 내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문 후보가 왜 유약한 면을 보이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지도부 퇴진론이 제기되자 김한길 최고위원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내놓은 것을 볼 때 이 논의가 민주당 내 권력싸움으로 비치기도 한다. 정치쇄신이라는 안 후보의 요구를 일축하기 위해서는 오만가지 방책보다 이들의 퇴진이 우선이란 사실을 민주당도 분명히 알 것이다. 신속한 결단을 내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