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가 뜬다-렌털의 진화] “아무래도 내것일때 애착”
입력 2012-11-02 17:52
소유보다 이용을 중심으로 소비경제의 추가 기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소유에 익숙하고 그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직장인 천모(37)씨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새 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주변에서 리스 형태로 차를 구입하는 지인들이 많아 그도 여러모로 검토해봤지만 결국 자기 명의로 차를 사기로 했다. 그는 “요새 뭐든지 렌털이 유행이라지만 렌털은 ‘내 것’이라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냥 구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최근 할아버지께 안마의자를 사드린 직장인 김모(26·여)씨도 렌털과 구입을 고민하다 구입을 택했다. 어른께 선물을 드리는 건데 ‘빌려 드리는 것’보다는 ‘사드리는 것’이 더 좋다고 가족들이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렌털보다 구입하는 게 몇 만원 더 비쌌지만 가격보다는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미국 설치미술가 바바라 크루거는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란 작품을 통해 소비만능주의에 빠진 현대 사회를 비판했다. 사람들이 무언가 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단계까지 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소유를 선호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수기처럼 일정기간마다 위생관리를 받아야 하는 제품은 렌털하는 게 비용을 비롯해 여러모로 유리하지만 TV, 냉장고 등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렌털할 경우 총비용이 오히려 더 비싸다.
이마트에서 렌털 서비스로 판매 중인 46형 LED TV 경우 36개월은 5만7700원, 48개월은 4만81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총비용은 36개월 207만7200원, 48개월은 230만8800원으로 일시불로 구입할 때 가격 154만원에 비해 각각 53만7200원과 76만8000원 비싸다. 렌털로 이용하면 매달 조금씩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부담은 줄지만 총비용은 늘어나는 셈이다. 이마트 TV렌털의 경우 서비스 초기에는 관심이 쏠리며 2월에만 1011건 이용계약이 체결됐지만 이후에는 다소 주춤하면서 9월에는 600건에 머물렀다. TV는 이마트 가전 렌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LED TV 판매 매출은 지난해보다 33.6%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장 큰돈을 쓰기에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들이 렌털에 관심을 보이지만 아직은 구입하는 고객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