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가 뜬다-렌털의 진화] “목돈 안들이고 문화생활”

입력 2012-11-02 17:51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대여해서 쓰거나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편의에 대한 욕구가 늘었고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효용을 얻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예전에는 ‘렌털’이라고 하면 정수기나 비데만을 떠올렸지만 침대 매트리스, TV 등 렌털 서비스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초기 비용’ 때문이다. 웅진코웨이 ‘스스로살균정수기’를 예로 들면 구매할 경우 167만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등록비 10만원에 매달 4만4500원의 이용료를 내게 된다. 2년간 렌털 정수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등록비와 이용료 총 116만8000원이 든다. 2년이 지나면 이용료는 더 저렴해진다.

렌털을 이용하는 두 번째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의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 그렇다. 요즘은 침대 매트리스도 렌털이 늘고 있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이보희(36·여)씨는 지난 4월부터 침대 매트리스를 렌털해 사용하고 있다. 이씨는 “매트리스는 구매하면 관리가 거의 불가능한데 렌털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를 빌려 쓰는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는 사설 업체에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서비스 이용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카셰어링 역시 비용과 편의를 모두 고려한 방안이다. 직장인 윤지훈(30)씨는 “자가용을 구입하려면 우선 수천만원의 목돈이 들고, 보험료에 관리비까지 비용이 매달 꾸준히 나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카셰어링은 차가 꼭 필요할 때만, 시간당 3000원 미만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주차 스트레스도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다음 달부터 전기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뿐만 아니라 집이나 방도 ‘대여’해서 사용한다. 전세를 말하는 게 아니다. 서로 남는 방을 필요한 사람과 나누는 개념이다. 집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집을 온라인에 등록하면 필요로 하는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소셜민박 서비스다. 미국에서 소셜민박의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에어비앤비(AirBnB)’가 성공을 거둔 후 한국에도 ‘윔두(Wimdu)’ ‘북메이트(Vookmate)’ 등의 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민영현(49)씨는 “지금 당장은 필요 없는 방 2개를 소셜민박 서비스 ‘코자자’를 통해 외국의 여행객들에게 대여해주고 있다”며 “전세를 놨을 때보다 수입도 좋고 거실 옥상 등을 세입자와 나눠 쓰지 않아 편하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