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배의 말씀으로 푸는 건강] 케세라세라

입력 2012-11-02 17:50


열여덟, 열아홉, 고3 아이들, 덩치만 컸지 철모르는 녀석들이 어머니의 애타는 속을 알 리 없습니다. 감시하랴 격려하랴 일찍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떼면서도 오히려 아이 잠 부족한 게 안타까워 새벽에 깨우기를 몇 번이고 망설이셨습니까? 또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흡족하면 흡족한 대로 잠든 아이들 손 부여잡고 복 빌어준 게 몇몇 날이었습니까? 우산이며 외투에, 때로는 음료와 간식 도시락을 챙겨 들고 학교나 학원 앞에서 기도하며 서성이던 날들은 또 얼마였습니까? 수시며 정시, 가군, 나군, 다군이며 표준점수에 원점수, 도대체 이 땅의 아버지들은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언어들을 이해해 가며 수험생보다 더 먼 길을 달려온 이 땅의 모든 고3 어머니들을 기억합니다.

수험생보다 더 고단했던 고3 엄마·아빠들

오랜 인내와 연단의 시간 끝에 마침내 수능이란 도약의 시간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시험 전 날은 숙면을 취하게 더운물로 목욕을 하거나 족욕을 하고 약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좋겠습니다. 음식은 주변에서 좋다는 영양식이 있대서 갑자기 바꾸기보다 평소 섭취하던 대로 유지해 주는 게 좋을 거고요. 다만 한나절 시험 보는 동안 속이 편하려면 삼겹살, 베이컨, 튀긴 즉석 식품 같은 고지방식과 콩이나 브로콜리 같이 가스를 많이 유발하는 식품은 피하는 게 좋겠죠. 게다가 오랜 스트레스로 과민성 장증후군이 있는 학생이라면 초콜릿, 커피, 탄산음료도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선물 받은 찹쌀떡은 과감하게 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수험생에겐 주지마시고요. 약이란 식품과 달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먹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청심환도 예외는 아닙니다. 환절기에 감기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의사선생님께 졸음을 일으키는 항히스타민제 종류는 없는지도 확인받으셔야 합니다.

무용수였다가 발을 다친 이후 가수로 전향한 도리스 데이가 불러 히트한 ‘케세라세라’를 기억하시나요? 노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물어보았지. 커서 미인이 될 수 있을까요? 어른이 되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지. 케세라세라.’ ‘될 대로 되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어인 케세라세라를 정확히 옮기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게 마련이다’는 뜻입니다. 케세라세라는 자포자기식의 될 대로 되라가 아니라 살면서 원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일들이 하나님의 계획표 안에 들어있는 그분의 뜻임을 알고 신뢰하고 받아들이라는 의미이지요. 우리 교회 윤 권사님이 해주신, 삶에서 녹여낸 촌철살인의 한마디가 올해 고3을 둘이나 둔 제 기도의 지침이 됩니다. “박 집사,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easy way’가 아니라 ‘best way’를 주신대.” 바울 사도의 ‘주님을 따르는 자들에겐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의 권사님 버전입니다.

‘될 대로 되라’ 아닌 긍정·희망의 기도를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미래를 주관하시는 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구를 멈출 수 없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모든 수험생을 격려하며 야고보서의 말씀을 띄웁니다.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하나님께 구하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자비로우셔서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시는 것을 즐거워하십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지혜를 주실 것입니다. 모든 선한 행위와 완전한 선물들은 빛들을 창조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위에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결코 그림자처럼 변하는 일이 없으십니다.”(약 1:5, 17)

<대구 동아신경외과원장·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