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가전 3사의 쇠락이 주는 교훈

입력 2012-11-02 18:19

불패 신화를 이어갈 것 같던 일본 가전 3사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별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 가전업계의 간판 기업인 파나소닉은 올해 7650억엔(10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회사는 올 초 순익 전망치를 500억엔으로 예상했지만 수정 전망치를 통해 이 정도의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파나소닉의 실적 악화 소식에 주가는 1일 폭락했다.

샤프도 올해 실적 전망치가 당초 예상한 2500억엔보다 훨씬 많은 4500억엔(6조1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도 3860억엔의 적자를 낸 샤프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선두 업체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소니는 올해 200억엔 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때 내로라하던 일본 가전 3사가 추락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다른 나라 경쟁사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 때 내수시장에 안주하면서 고사를 자초했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가 지난 7월 일본의 휴대전화 산업이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을까. 또 초반에는 D램, 리튬이온전지,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혁신에 실패하면서 후발 후자들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정치권의 리더십과 기업 오너십의 부재, 대주주인 메가뱅크의 무책임 등도 3사의 몰락을 가져온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 정치권과 업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일본 가전 3사의 쇠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은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대기업들은 신발끈을 다시 조이는 자세로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창립기념식에서 “현재 성과에 안주하고 미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한순간에 몰락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곱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