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믿음과 영성을 만나는 계절
입력 2012-11-02 17:50
마태복음 21장 1∼11절
찬바람이 부는 가을의 끝자락. 이 계절에는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은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크리스천에게 영성은 무엇일까요. 겨울의 문턱에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고 믿음과 영성에 대해 다시 숙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시기 전 겟바게에 이르러 두 제자를 보내시며 맞은 편 마을에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가 함께 있으니 풀어 내게로 끌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주가 쓰시겠다 하면 즉시 보내리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행합니다.
마가복음 11장과 누가복음 19장, 요한복음 12장에는 나귀 새끼만 등장하지만 마태복음에서는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가 함께 언급되고 있습니다. 함께 있었다고 하니 매인 나귀는 나귀 새끼의 어미가 될 것입니다. 또한 성경은 ‘나귀와 나귀 새끼를 끌고 와서’(마 21:7)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함께 끌고 왔다는 것은 불안해하는 나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라고 하면 나귀 새끼만을 생각합니다. 나귀 새끼만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현장에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나귀 새끼가 강조되다 보니 우리는 매인 나귀, 나귀 새끼의 어미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에 함께한 나귀와 나귀 새끼, 이제 예수님을 태운 나귀 새끼는 예루살렘을 향해 나아갑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현장을 성경은 ‘무리의 대다수는 그들의 겉옷을 길에 펴고 다른 이들은 나뭇가지를 베어 길에 펴고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무리가 소리 높여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고 증언합니다. 또한 성경은 온 성이 소동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환호성과 소동 한 가운데에 있는 어미 나귀와 나귀 새끼를 생각해봅시다. 극도로 낯설고 두려운 상황입니다. 이 상황 속에서 나귀 새끼는 예수님을 태우고 예루살렘 성에 입성합니다. 수많은 인파와 요란한 환호성을 뚫고 나갑니다. 나귀 새끼는 처음으로 느끼는 등의 묵직한 무게감을 견디며 두렵고 무섭지만 당당하게 걸어갑니다. 그 곁에 함께한 어미 나귀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미 나귀가 있기에 나귀 새끼는 두렵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부르시기 전에도 함께였고 예수님을 태우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소동 가운데서도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동행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인생의 모든 여정 가운데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영성은 우리의 마음과 눈이 하나님을 바라보며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리 복잡한 게 아니라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쉬운 것을 어려워합니다. 예루살렘 입성 현장의 어미 나귀와 나귀 새끼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상징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태우고 걸어가는 나귀 새끼, 예수님을 태운 나귀 새끼와 함께 걸으며 나귀 새끼를 응원하는 어미 나귀. 이 모습에 예수님과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그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집중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사람들의 환호성과 소동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승용 안남시온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