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류상 이대통령 이름 첫 등장…‘실매입자’ 의혹 증폭
입력 2012-11-02 04:23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에 있던 기존 건물 철거공사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나오면서 대통령 가족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아들 시형씨는 명의만 빌려줬고, 이 대통령이 사실상 모든 부지 매입 과정을 주도했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이름 서류상 첫 등장=지난해 5월 25일 시형씨 명의로 계약된 20-17번지 지상 건물은 지난해 8∼9월 S산업이 맡아 철거공사를 진행했다. 공사대금 3000만원은 이 대통령 이름으로 10월에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곡동 사저 문제가 본격 불거지기 전의 일이다. S산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7월 청계천 복원 공사의 일부 철거 작업을 수주했었다. 대표 A씨는 몇 해 전부터 새누리당 당직자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철거 계약과 공사비 결제는 이 대통령 명의로 이뤄졌지만, 3000만원 정도의 철거 비용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시형씨가 조달한 돈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형씨는 자금 12억원을 마련해 이 중 11억2000만원을 땅값으로 냈다. 나머지 4000만원은 취·등록세 등 세금으로, 1100만원은 부동산 중개료로 나갔다. 3000만원은 농협 대출금 이자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은 특검 조사에서 “철거와 관련해서는 내용을 전혀 모르고, 돈을 지출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비용이 이 대통령 자비이거나 제3의 인물에게서 나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사저 문제에 대해 “잘 몰랐다”는 식으로 거리를 둬 왔다. 야당 측 공세가 거세던 지난해 10월에도 이 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전면 재검토해 결론을 내려 달라”는 정도의 입장만 밝혔다. 시형씨 역시 최근 특검 소환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내곡동 땅의 실매입자이며, 매입 과정 역시 주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이상은 상대 ‘6억원’ 출처 추궁=이광범 특별검사팀은 1일 소환한 이상은 다스 회장을 상대로 시형씨에게 부지 대금으로 빌려준 6억원의 출처와 현금으로 준 이유 등을 추궁했다. 이 회장은 오후 7시쯤 귀가할 때도 ‘6억원은 개인 돈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했다. 굳이 현금으로 전달한 이유를 묻자 “안에서 충분히 진술했으니 기다려 보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몇 년간의 자금 거래 내역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시형씨와 이 회장의 계좌를 추적하는 동시에 시형씨가 써줬다는 차용증의 원본 파일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시형씨가 돈을 빌렸다는 지난해 5월 24일 전후 행적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검팀이 이날 다스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한 것도 이와 관련된 자료 확보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