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ING생명 M&A 이상기류… 두달째 원점 왜
입력 2012-11-02 00:18
KB금융그룹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표류하고 있다. 9월에 인수를 결정한 뒤 두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는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다. 금융 당국조차 수조원에 이르는 인수대금이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KB금융 임원들은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설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ING그룹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격을 약 2조4500억원으로 하는 등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격에 접근을 보면서 KB금융은 이사회 승인 절차만 남겨뒀다. 의결권이 없는 비상임이사 1명을 제외한 이사 12명(사외이사 9명, 사내이사 3명) 중 과반이 찬성하면 KB금융은 ING생명을 품에 안을 수 있다.
하지만 KB금융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당장 사외이사들 반응이 심상찮다. 국민일보가 9명의 사외이사에게 문의한 결과 3명은 “여전히 인수가격이 높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4명의 사외이사는 입장표명 자체를 거부했고, 1명은 중립 의견을 보였다. 인수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1명뿐이었다.
반대 의사를 밝힌 사외이사들은 가격을 문제삼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각한 데다 향후 보험업계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거액을 들이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자칫 인수 이후 과도한 비용 때문에 경영 위기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사외이사는 “경기가 악화된 데다 여러 조건을 따져봤을 때 아직은 가격 대비 리스크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외이사는 “인수를 해서 1 더하기 1이 최소한 2나 3이 돼야 하는데 1.5가 되면 어려운 금융 환경에서 은행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의 인수반대 의견이다.
또 KB금융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ING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KB생명 지분 49%를 사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KB생명 지분을 사야만 ING생명 한국법인과 합병할 수 있다. KB금융은 지분 인수 가격을 3500억원 수준으로 보지만 ING그룹은 70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들 내부에서는 “KB생명 지분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3조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가 어려운 때 큰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부유출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 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2일 공개적으로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잘 보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며 “인수할 시점인지, 인수 효과가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었다.
인수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거세지자 KB금융은 다급해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임원들이 나서서 사외이사, 금감원 인사들을 접촉하며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