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민주 인적쇄신 강수로 압박했지만… 급할것 없는 安 ‘느긋’
입력 2012-11-01 19:13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의 새로운정치위원회(새정치위)가 제시한 ‘당 지도부 총사퇴론’은 후보 단일화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에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버티고 있다. “정치쇄신이 먼저”라는 안 후보를 향해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인적쇄신을 하고 있다”며 단일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고착화된 문 후보의 20%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지도 녹아 있다. 이들은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투톱까지 용퇴해야 불리한 단일화 국면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극약처방에도 안 후보 측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안 후보는 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차 미래한국 리포트 ‘착한성장사회를 위한 리더십’ 행사에 참석, “지금은 정치가 권한을 더 달라고 주장할 시기가 아니고 설득력도 없다”며 정치쇄신을 재차 강조했다.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 논란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먼저 진정한 정치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 유민영 대변인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내부의 일까지 개입할 수는 없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단일화 관련 모든 현안에 즉각적인 반응을 피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데에는 여러 계산이 숨어 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다. 시간이 촉박할수록 단일화 방식은 안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금은 단일화 공방보다 지지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때다. 10일로 예정된 정책공약집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연순 대변인은 KBS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 쇄신안이 아무래도 좀더 진전됐다”면서도 “단일화 논의는 10일까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사퇴하라, 못한다 하는 민주당 내부 힘겨루기가 국민에게는 또 다른 기득권 다툼으로 비칠 수 있어 안 후보 측에서는 좀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다수다.
민주당의 단일화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문 후보 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가장 시급한 것은 안 후보측과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쇄신·혁신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마저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는 걸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단일화 협상 개시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에서 친노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력인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 계열의 민주평화국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은 역사적 책무다. 실패하면 이명박 정권보다 더 무서운 수구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낙청 교수 등 재야 원로 인사가 참여하는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는 “정치혁신 방안을 놓고 양측의 소통과 대화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