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민주 인적쇄신 격랑… 親盧·非盧 권력투쟁 비화 가능성

입력 2012-11-01 19:13


민주통합당이 대선을 불과 48일 앞두고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사퇴 요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진화에 나서면서 일단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향후 당내 계파 간 권력투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김한길 사퇴, 이해찬·박지원은 거부=김한길 최고위원은 문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새로운정치위원회’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와 관련해 1일 사퇴 성명서를 내고 “문 후보가 당내 기득권 정치를 깨겠다고 약속한 만큼 쇄신을 거리낌 없이 이끌 수 있도록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 지도부가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저부터 내려놓겠다. 정권교체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투톱’인 이 대표, 박 원내대표의 동반 퇴진을 촉구한 그는 “지도부가 출범 후 다섯 달 동안 당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전권을 문 후보에게 위임했으니 대선 기간 지도부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모두 다 힘을 합쳐야지 지금 누구를 탓할 상황이 아니다. 할 말이 많지만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신중하게 가려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 사퇴에 대해서는 “정말 그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철회를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선대위에 개입하지 않고 원내 대책에 전념하고 있다. 문 후보 당선을 위해 2일부터 지방 순회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앞날은=당과 대선 캠프는 하루 종일 부글부글했다. ‘이·박 퇴진론’은 그동안 당내 비주류 그룹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친노(親盧·친노무현)계 인사 9인이 선대위에서 전격 퇴진했지만 두 사람이 물러나지 않고는 당내 화합과 쇄신은 요원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비노(非盧) 의원은 “이 대표 눈치를 보느라 비노 인사들이 대선 캠프에 중용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다”며 “이렇게 친노, 비노가 융합하지 못해 호남 같은 전통적 지지층을 문 후보로부터 등 돌리게 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근은 “일종의 (당 대표) 경선 불복으로 보인다. 지도부 교체로 대선 후 당내 권력을 잡으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다른 인사는 비노계가 이·박 퇴진론으로 문 후보를 흔들어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이득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했다.

문 후보가 “나에게 맡겨 달라”고 해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당이 양쪽으로 갈리면서 권력투쟁 조짐을 보이고 있어 대선 국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캠프 관계자는 “새정치위의 의견이 후보와 조율되지 않은 채 터져 당황스럽다”며 “단일화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며칠간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전전긍긍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