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바브라 스트라이샌드·플로베르의 공통점은?
입력 2012-11-01 18:56
스티브 잡스는 겉으로 표가 나지도 않고 실용적이지도 않은 컴퓨터 내부의 디자인을 하느라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보바리 부인’의 작가 플로베르는 한 가지 개념을 한 가지 단어로만 표현할 수 있다고 믿고 작문을 할 때마다 어휘를 떠올리는 데 집중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노래 가사 단어 하나라도 마음에 안 들었다면 음반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나 플로베르, 스트라이샌드처럼 완벽주의(perfectionism)는 과연 성공의 열쇠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완벽주의가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심리학자 톰 그린스펀 박사는 “성공하는 완벽주의자는 완벽주의 덕택이 아니라 ‘완벽주의에도 불구하고’ 성공한다”고 말했다.
완벽주의자들은 목표 달성과 꼼꼼함에 대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하지만, 높은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이르지 못했을 때마다 자기비하를 한다면 좌절과 탈진을 불러오기 쉽다. 우울증 강박장애 섭식장애 불면증 일중독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혼생활에도 장애를 가져올 수 있고, 심한 경우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완벽주의의 요인이 유전인지 환경인지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미시간대 연구팀이 12∼22세 쌍둥이들을 연구한 결과, 완벽주의 성향이 일치하는 정도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유전이 환경보다 완벽주의의 발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벽주의가 교육 과정에서 발현된다고 믿는 학자들도 여전히 많다. 만점에 가까운 시험 점수를 받아 온 자녀에게 아무 생각 없이 “왜 만점을 못 받았니?”라고 묻는 행동이 완벽주의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이것으론 충분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완벽주의의 ‘덫’에 걸린 사람은 어떻게 빠져 나와야 할까.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의 에이미 프레보스키 교수는 양쪽 신발 끈 길이를 다르게 해 묶거나, 문장부호를 적지 않는 등 일부러 사소한 실수를 저지른 뒤 내버려두는 ‘노출 치료’를 추천한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는 방식이다. 프레보스키 교수는 “처음에는 괴롭더라도 사소한 실수가 전체를 망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박사는 “완벽주의가 왜 나타나게 된 것인지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