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치자니 친노 와해 우려되고, 감싸자니 安이 걸리고… 李-朴을 어쩌나 文, 중대 기로

입력 2012-11-01 22:06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 문제를 놓고 일생일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선거가 어려워질 수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D-47 시점의 대선 판세는 ‘문(文)의 선택’에 따라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문 후보는 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새로운정치위원회’가 당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키로 의견을 모은 데 대해 “현실적으로 고려할 문제도 많기 때문에 저한테 맡겨주고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전한 퇴진이 이뤄져야 민주당의 쇄신 의지를 분명하게 보일 수 있지 않느냐는 충정에서 그런 요구들이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이어 “사실상 두 분은 이미 2선 퇴진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쇄신이라는 게 지도부 퇴진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지도부 총사퇴 요구 소식을 듣고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아직은 두 사람 퇴진에 부정적 입장이 더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체 국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을 감안하면 그가 이런 입장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친노(親盧·친노무현)계에 반감이 큰 호남에서 지지율을 한참 더 회복해야 한다. 이 대표는 친노계 좌장이다. 문 후보가 지도부 퇴진 요구를 거절할 경우 자칫 ‘친노계 방패막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치열한 쇄신 경쟁도 벌여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대표와 원내대표 자리를 나눠가졌다는 ‘이-박 담합설’의 주인공이다. 안 후보는 이런 세력정치를 두고 “자기 세력의 이익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정치가 아니라 장사를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그렇다고 문 후보가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퇴진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이미 친노 핵심 인사 9명을 퇴진시킨 마당에 ‘아무 영향력 없는’ 두 사람을 또 퇴진시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본인부터 강하다. 근본적으로 ‘친노’가 극복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데, 둘의 퇴진이 그렇게 비칠 수 있어 고민인 것이다. 무엇보다 문 후보는 태도를 바꾸는 걸 아주 싫어한다. 요즘도 “아무리 선거철이라고 표 때문에 어떻게 입장을 바꾸느냐”는 말을 자주 꺼낸다고 한다. 결국 이번 선택은 전적으로 본인과의 싸움에 달렸다.

손병호 기자, 고성=임성수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