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가을투혼… 자만했던 사자 깨웠다

입력 2012-11-01 18:41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나선 이승엽(36·삼성)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31일 5차전에서 공·수·주에서 패기 넘친 플레이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엽은 이날 1루수 겸 3번 타자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이승엽은 삼성이 낸 2점에 모두 개입했다. 이승엽은 1회말 주자를 1루에 둔 상태에서 우전안타로 1, 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결국 이승엽의 안타로 3루에 들어간 정형식은 윤희상의 폭투 때 홈에 들어와 귀중한 선취점을 뽑았다. 3회말에는 공격과 주루 플레이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3회말 1사에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우전안타로 팀 득점의 물꼬를 텄다. 이어 최형우의 안타를 우익수 임훈이 더듬는 사이 쏜살같이 3루로 뛰어 득점 찬스를 연결시켰다. 결국 이승엽은 박한이의 유격수 땅 볼 때 홈을 밟아 팀의 결승점을 냈다.

수비에서도 이승엽의 활약은 빛났다. 5차전 1-2로 추격당하던 4회초 1사 1, 2루에서 SK 김강민의 유격수 땅볼을 김상수가 병살플레이로 연결시켰지만 2루수 조동찬이 악송구를 했다. 하지만 이승엽이 몸으로 던져 이를 막아냈고, 넘어진 상태에서 곧바로 홈으로 공을 던졌다. 2루 주자가 공이 빠지는 것을 보고 홈으로 달려올 것을 예상한 플레이었다. 이승엽은 1차전에서도 1회말 잘 던지던 윤희상을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작렬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승엽은 5차전에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지난달 29일 4차전은 그에게 악몽이었다. 4회초 무사 1, 2루에서 2루에 서 있다가 최형우의 우익수 뜬공을 안타로 착각해 3루로 뛰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해 경기 분위기를 SK에 넘겨줬다.

이에 5차전부터 이승엽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경기 내내 파이팅이 넘쳤다. 실제 이승엽은 8회초 1루 불펜 안쪽으로 떨어지는 정근우의 파울 타구를 잡기 위해 불펜 철망을 타고 올라가는 허슬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승엽은 5차전이 끝난 후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를 놓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