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살쾡이 배 속에 족제비, 족제비 배 속에 뒤쥐…”

입력 2012-11-01 18:29


누가 누구를 먹나/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키·다니엘 미지엘린스키/보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미술원에서 그래픽을 전공한 부부 작가의 합작품으로 단순한 그림과 반복적인 이야기를 통해 생태계 순환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꽃이 자라났습니다. 진딧물이 꽃을 먹고,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먹어요. 할미새가 그 무당벌레를 먹고, 여우는 할미새를 잡아먹지요. 늑대가 여우를 잡아먹었습니다. 그런데, 늑대가 죽어버렸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늙었기 때문이지요.’

늑대의 죽음은 지면에 거꾸로 누운 커다란 늑대를 그려 넣은 것으로 단순하게 묘사했는데, 아이들이 죽음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생태계 순환은 늑대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 죽은 늑대 위에는 파리들이 우글거리고(어떤 파리들은 죽은 동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개구리가 긴 혀를 내밀어 그 파리를 잡아먹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태계의 순환을 따라가다 보면 바로 이 그림(사진)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살쾡이 배 속에/ 족제비,/ 족제비 배 속에/ 뒤쥐,/ 뒤쥐 배 속에/ 쇠똥구리가 있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자연의 어김없는 순리를 만나게 된다. 살쾡이도 죽은 것이다. 역시 너무 늙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커다랗고 단순한 그림 뒤로 삶과 죽음의 순환이 은유적으로 전해진다.

흑백의 단순한 선과 색, 세밀한 펜 터치로 그린 이 그림책은 아이가 그린 것처럼 친근하다. 이들 부부 작가는 ‘너는 커서 뭐가 될래?’로 2010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다. 이 상은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책 가운데 각 분야 최고 아동서에 주어진다. 4세 이상. 이지원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