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메시를 꿈꾸던 소년 ‘꿈★은 이루어질까’…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줘’
입력 2012-11-01 18:29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줘/아메드 칼루아/창비
아프리카 말리에 사는 쿠난디는 축구를 좋아하는 열네 살 소년. 그의 꿈은 유럽 프로축구 스타가 되는 것이다. 축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을 떨쳐 낼 유일한 통로다. 어느 날 축구에 재능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유럽으로 데려가려는 이탈리아인이 마을에 나타난다. 그는 쿠난디를 유럽의 명문 축구단에 들어가게 해주는 대가로 2000유로(약 280만원)라는 거금을 요구한다. 쿠난디는 실의에 빠지지만 결국 친척과 이웃의 도움으로 프랑스로 가게 된다.
“축구 선수가 되기에 나이가 너무 많지만 굶주리는 사람들 천지인 이 나라에서 아무거나 내다파는 악당들 패거리에 휩쓸릴 위험이 있었다.” 쿠난디가 유럽에서 축구로 성공하기를 원하는 것은 단순한 꿈이 아닌 생존을 향한 갈망이었다. 자신의 꿈뿐 아니라 그에게 전 재산을 투자한 사람들의 희망도 짊어진 채 떠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어른들에게 이용당하면서 고향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 사람은 네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너를 오물 덩어리 내버리듯 버리겠지만, 어느 날 네 값어치가 올라가면 네가 자기 선수라며 자기 몫을 내놓으라고 자칼과 하이에나들 틈에 섞여서 모습을 나타낼거야.”
이야기 말미에 나오는 “내가 죽은 줄 알면 좋겠어”는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아프리카 아이들이 느끼는 체념, 분노, 부담, 슬픔 등이 함축적으로 담긴 대사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줘’는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로 나온 프랑스 소설. 알제리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작가 아메드 칼루아(60)의 책 가운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쿠난디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담담하게 이어지지만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심정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성공하는 한 명의 뒤에는 실패한 아흔 아홉이 있기 마련. 이 책은 실패하는 아흔 아홉의 평범한 아이들에게도 미래를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절망 속에서 꽃피는 작은 희망도 이야기한다. 제일 먼저 버림받았지만 결국 작은 축구팀에서 자리 잡는 쿠난디의 친구 이사를 통해 희망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줘’는 허울뿐인 해결책을 가볍게 말하는 대신,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묵직하게 제시한다.
최근 운동선수나 연예인의 겉모습만 보고 그들과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청소년이 많다. 그들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화려한 조명 아래 숨겨진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정혜용 옮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