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도가 세계지도에서 하나둘 사라진다면

입력 2012-11-01 18:34

인터넷 지도의 최강자는 구글이다. 인공위성에서 길거리의 강아지까지 찍어내는 스트리트뷰처럼 지구촌 곳곳을 손금처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카메라를 탑재한 ‘트레커’를 통해 자동차로 갈 수 없는 장소까지 촬영하고, ‘트롤리’라는 장비로 갤러리 내부를 360도 방향에서 보여주는 스트리트뷰 트롤리도 서비스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으로 조작이 가능해 이용객의 범위가 넓다.

이런 구글이 지난달 18일 버전을 업데이트하면서 독도와 동해 표기 변경 방침을 우리 외교통상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놀라움을 던져주었다. 자사가 제작한 글로벌판에서 독도의 한글 주소(울릉군 울릉읍 독도이사부길 63)를 삭제하는 대신 리앙쿠르암으로 표기한 것이다. 동해 명칭 역시 일본해(Sea of Japan)로 표시하고 동해(East Sea)는 괄호 안으로 밀어 넣었다.

구글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마당에 이번에는 애플이 도발하고 나섰다. 자사 운용체제의 새 버전에 탑재되는 지도에서 독도 단독표기 방침을 바꾸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한국어 버전에서는 독도, 일본어 버전은 다케시마, 한국과 일본을 뺀 지역에서는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독도·다케시마를 병기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도에서 독도만 표기해 오던 애플의 배신인 셈이다.

이처럼 지도에서 독도가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사용이 제한적인 종이지도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범용되는 인터넷·모바일 지도들에서 잇달아 패배하는 것은 독도 표기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우리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옛날 지도를 찾아내 물적 증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살아 움직이는 지도가 이용자들에게 미치는 힘이 훨씬 강력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지명변경 작업을 치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들의 시나리오는 독도를 세계가 주목하는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긴장상황을 지속시키다가 국제 분쟁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일본은 이 같은 전략을 관철하기 위해 지도 회사에 압력을 행사했겠지만 남의 땅을 가로채려는 탐욕은 문명사회의 철퇴를 맞을 것이다.

구글이나 애플의 기업윤리도 규탄 받아 마땅하다. 구글은 “해당 지역에 대한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지역 연관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플은 침묵하고 있지만 일본 시장을 노린 결정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독도는 다른 분쟁지역과 다르다. 현실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명백한 영토를 비즈니스에 유리하다고 표기를 변경하는 것은 영혼을 파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들은 중국 시장이 일본보다 크다고 해서 센카쿠 혹은 댜오위다오의 표기를 바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