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여성 대통령’ 논란 자제해야
입력 2012-11-01 18:35
정책 따지지 않고 후보 겨냥한 여성성 시비는 네거티브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둘러싼 여성 대통령 논란이 대선전의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대선 후보 캠프 간 공방이 여성 정책과 관련한 생산적 논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여성성’ 등 후보의 인신공격으로 흐르는 것은 유감스럽다.
논란은 새누리당이 박 후보가 당선되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선거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시작됐다. 박 후보는 지난달 27일과 28일 당내 여성 관련 모임에 참석해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쇄신”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생물학적 여성과 정치사회적 여성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박 후보는 출산과 보육 및 교육,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다”고 혹평했다.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박광온 대변인도 “여성의 삶과 애환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선거 전략으로 ‘여성’을 들고 나오는 것은 국민 기만이며, 여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대변인의 주장은 지나치다. 박 후보가 의원 시절 여성 관련 법안 발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가능하다. 여성 정책에 무관심했다면 당연히 문제 삼을 만하다. 하지만 박 후보의 생물학적 여성성과 사회정치적 여성성을 분리하며 생물학적 여성일 뿐이라고 단정한 것은 네거티브 성격이 짙다.
평범한 여성의 길을 걷지 않았다고 출산과 교육, 물가 등을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은 무리한 추론이다. 여성 대선 후보가 일반적인 여성의 길을 걷지 않았다고 그 정책까지 여성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간접경험을 통해 다양한 정책관을 가질 수 있다. 또 어느 선거 캠프든 여러 전문가들이 포진해 여러 정책을 개발한다. 후보의 개인적 인생역정만 두고 캠프의 정책을 예단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두 대변인의 주장은 2007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 후보의 “애를 낳아봐야 보육과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정을 온전히 챙기기 어렵다는 주장은 성차별 발언이며, 우리 시대와 매우 동떨어진 주장이다. 이 때문에 당시 이 후보는 공식 사과했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후보가 여성이거나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남녀를 떠나 정책과 공약, 후보의 리더십을 보고 선택한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새로운 득표 전략 혹은 선거 전략으로 박 후보가 여성이라는 사실만 강조하는 것도 얄팍하다. 남성과 여성 유권자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성 대통령을 뽑는다고 우리 사회가 어느 날 갑자기 쇄신되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은 여성 대통령 논란이 저급한 인신공격이나 양성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여성 대통령이나 남성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