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며느리 순명효황후가 쓴 한글편지 발견

입력 2012-10-31 19:28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첫 번째 부인인 순명효황후(1872∼1904)는 비운의 황후였다.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세자빈으로 책봉돼 순종과 가례(혼례)를 올린 뒤 1897년 황태자비로 책봉됐지만 황후에 오르지도 못하고 1904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죽었다. 아버지는 민태호로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입궐했다가 피살됐다. 순명효황후가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당한 뒤 의지할 곳 없는 자신의 신세를 토로한 한글 편지가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에 의해 공개됐다.

“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 유달리 지통(至痛·지극한 아픔)을 품은, 부모형제도 없는 혈혈단신에 겸하여 사고무친(四顧無親·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음)한 사람이 밤낮으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더니, 영감의 전부터 알려져 있는 명성을 듣고 한 가족 못지않은 정이 생전에 변치 않기를 기약했는데, 운수가 박하고 때를 못 만나 하루아침에 국가의 망극함이 이 지경이 되오니, 다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으며(후략).”

편지는 순종의 스승 김상덕(1852∼1924)에게 보낸 것이다. 편지를 한중연 자료실에서 찾아낸 이종덕 전임연구원은 “‘혈혈단신에 겸하여 사고무친한 사람’이라는 구절은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사실을 함축한다”며 “순명효황후는 부모를 잃은 뒤 시어머니인 명성황후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편지는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1895년 8월 20일 이후 1896년 2월 28일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