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조선소 LP가스 폭발… 11명 사상
입력 2012-10-31 21:12
전남 영암 대불산단 내 조선소에서 31일 오전 누출 가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나 근로자 2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 내 원당중공업 1공장 선박 안에서 오전 8시9분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제작 중이던 160t 규모 바지선(모래운반선)의 길이 10여m, 폭 4∼5m의 철판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사고는 원당중공업 협력업체인 민주이엔지 소속 근로자들이 블록 조립을 위해 선박 안에 들어가 용접과 그라인딩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이엔지는 지난달부터 원당중공업으로부터 하청받아 바지선을 제작 중이었다.
이 사고로 당시 작업하던 근로자 이모(47·여)씨와 베트남인 A씨(40) 등 2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시신들이 심하게 훼손됐다. 박모(36)씨 등 9명은 중경상을 입어 목포와 광주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전 선박 안에서 가스 냄새가 났다”는 부상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장에 LP가스가 유출된 사실을 모른 채 근로자들이 용접작업을 하다 불꽃이 옮겨 붙으며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LP가스 누출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수사해 안전관리에 문제점이 나오면 관련자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근로자들은 가스통과 용접 장비 등을 출퇴근 때마다 들고 다니지 않고 현장에 방치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또 작업 종료나 시작 전 남아 있을지도 모를 가스 등을 환풍기를 통해 빼내야 하지만 가스 냄새가 났는데도 이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인근 공장에서 사고 현장으로 달려온 한 근로자는 “오전 8시 무사고를 다짐한 조회를 끝내고 현장에 투입됐을 텐데….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영암=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