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가고 싶다’ 이것이 마포대교 자살예방 문구… 과연 발길 돌릴까

입력 2012-10-31 19:00

‘목욕 한번 다녀와서 몸 좀 푹 담가봐.’

이 문구는 국내 자살 1위 교각이란 오명이 붙은 서울 마포대교에 새겨진 ‘힐링 메시지’ 중 하나다. 힐링 메시지가 새겨진 건 지난 9월이다. 최근 5년간 106명이 이 다리에서 투신해 자살하자 서울시는 삼성생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마포대교 양방향 시작 지점에서 중간 지점까지 2개씩 총 4개 구간에 힐링 메시지를 새겼다. 마포대교를 사람들의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주는 장소로 바꾸자는 취지였다. ‘밥은 먹었어?’ ‘혼자 왔어요?’ 같은 문구들이 자살을 결심한 이들의 마음을 바꾸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일부 문구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노래방 가고 싶다’ ‘수영 잘해요?’ ‘여기 다리 밑 수심이 굉장히 깊대요’ 등의 문구들이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사람 옷을 벗기는 식물이 뭘까요? 버섯!’과 같은 수수께끼형 문구는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다. 또 ‘이그 나이 들어봐 젊었을 때 암것도 아니여’라는 문구는 노인 자살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서도 성토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가벼운 문구보다는 난간을 높이거나 진정한 ‘힐링’이 되는 문구가 더 효과적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다 그런거지 뭐’라는 식의 말은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무책임한 위로”라며 “자살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서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는 식의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일산백병원 소아정신과 박은진 교수는 “‘노래방 갈까’라는 메시지는 죽을 만큼 힘든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가볍게 위로한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며 “이보다는 좋은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끈을 만들어 놔야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구를 고정해 놓지 않고 시민 반응을 본 뒤 일부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