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일가 재산 태자당 인사가 제보”

입력 2012-10-31 18:50


베이징 정계를 혼란에 빠뜨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일가족이 재산 27억 달러(약 3조원)를 갖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는 태자당 측 인사들의 조직적인 제보로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에 서버를 둔 화교 인터넷매체 보쉰(博訊)은 “태자당 일부 세력이 지난 3월부터 원자바오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를 실각시키는 데 앞장서고 정치개혁을 거듭 주장한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원 총리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30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 원자바오는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막후 협상 과정에서 개혁적인 인물을 포함시키기 위해 애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쉰은 이번 일을 주도한 인물로 류샤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 아들 류위안(劉源)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 국가주석을 지낸 왕쩐(王震)의 아들 왕쥔(王軍) 전 중신그룹 이사장과 그 측근들을 꼽았으나 확인되지는 않는다.

류샤오치는 보시라이와 가까운 인물로 꼽혀 최근 단행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밀렸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당시 아버지가 권력투쟁의 희생이 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 당사자로서 이러한 행동에 가담했을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이들은 한 금융계 인사가 마련한 비밀 장소에서 수차례 회의를 열고 원자바오를 공격하기 위한 ‘흑재료(黑材料)’를 수집해 언론에 흘리는 방법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태자당은 막후 실력자인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 이끌고 있으나 보시라이를 낙마시키는 데 동의한 시진핑 부주석과 보시라이 지지파들 사이에 태자당 내에서도 틈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중문뉴스사이트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은 원자바오 아들 원윈쑹(溫雲松)이 NYT 보도에 항의하는 영문 서한을 이미 작성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원자바오 쇼크’로 인해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하나뿐인 동생 리커밍(李克明) 국가담배전매국 부국장이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31일 보도했다. 리커창이 총리가 된 뒤에도 현직에 남아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