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샌디’ 피해규모 55조원 추정… 사망 51명

입력 2012-10-31 18:50

미국 동북부를 덮친 허리케인 ‘샌디’가 남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경제분석업체 IHS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시설물 파손 및 경제활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액은 모두 합쳐 500억 달러(약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30일 하루 동안 미 전역에서 1만8000여대의 항공기가 운항하지 못했다. 메릴랜드에서는 눈보라로 변한 허리케인이 71㎝에 이르는 ‘눈폭탄’을 안겼다. 하루 전 17명을 기록했던 사망자 수는 하루 만에 최소 51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 상당수는 넘어진 나무에 깔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저지에서는 쓰러진 나무가 일가족 4명이 타고 있던 자동차를 덮쳐 부모가 두 자녀를 구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재민들이 가재도구를 건지러 보트를 타고 집에 가는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트위터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이 침수됐다”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갔다.

일상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각 가구에 전기가 들어오는 데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레이그 퓨게이트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도 “지금은 복구가 아니라 안전에 대해 말할 단계”라고 말했다. 120년 만에 이틀간 휴장한 뉴욕 증권시장은 31일 재개장했다.

2010년 1월 대지진이 발생한 중남미 소국 아이티도 허리케인 샌디로 52명이 사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데발리오 장 자크 아이티 농림부 장관은 “이번 수해로 남부지방의 곡물 수확량이 70%가량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정부가 현상금 1000만 달러를 내걸고 추적 중인 파키스탄 무장단체 지도자 하피즈 사이드는 “태풍으로 고통당하는 미국인을 돕는 것은 이슬람의 종교적 의무”라며 “자원봉사자와 구호 물품을 보내고 싶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뉴욕과 뉴저지 등 5개 주를 관할하는 뉴욕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우리 교민들의 피해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