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5… “샌디는 정치적 선물” 하늘은 오바마를 돕는가
입력 2012-10-31 18:50
30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의 아침프로 ‘디스 모닝’에 출연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허리케인 ‘샌디’ 대응과 구난 노력을 극찬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 밤 12시쯤 세 번째로 전화해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번거로운 행정 절차 없이 뉴저지를 곧바로 중대 재난지역으로 지정했고,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우리 주 비상대책센터와의 협력도 완벽했다. 나는 대통령의 이러한 전폭적인 협력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큰 칭찬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뉴저지주는 샌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며, 크리스티 주지사는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특히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 공세를 퍼부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찬양’은 이례적인 것이다.
샌디가 휩쓸고 간 미 동부지역에 대한 연방정부의 구난 노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허리케인 샌디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선물’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에 이어 이날 콜로라도주와 위스콘신주 유세도 취소하고 샌디로 인한 재난 대응 업무에 몰두했다. 31일로 예정된 최대 승부처 오하이오 유세 계획도 취소했다.
그는 경합주에서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정치적 연설은 못하지만 전 국민에게 TV 스크린을 통해 국가비상 상황을 맞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31일에는 크리스티 주지사와 함께 뉴저지주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복구사업을 독려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폭풍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가 총사령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인사들로부터도 호평을 받는 보기 드문 순간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고민되고 껄끄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날 롬니 후보는 최대 승부처 오하이오주를 방문하긴 했으나 반은 유세, 반은 수재민 돕기 성격의 ‘엉거주춤 정치 이벤트’를 해야 했다. 허리케인 구제 노력을 주제로 그가 5분간 연설한 뒤 참석자들이 수재민 돕기 물품을 기부하는 형식이었다.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폭풍 피해를 입지 않은 중서부 핵심 경합주 공략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유세 강행론’과 50명에 가까운 인명재해가 난 국가 비상상황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것은 정치적 모험이라는 주장을 절충한 고육지책이었다.
여기다 롬니가 지난해 당내 경선과정에서 ‘큰 정부’를 비판하면서 재해에 대한 대응 책임을 연방정부에서 주정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이날 롬니는 대통령이 되면 FEMA를 해체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고 허핑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4년 전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슈미트는 “롬니의 상승세 지속 여부로 쏠리던 여론의 관심이 이번 주 들어 허리케인의 영향이 어떠한지로 이동해 버린 것도 롬니에겐 불리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