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수수료 인하 싸고 운용社끼리 아웅다웅
입력 2012-10-31 21:14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를 둘러싸고 자산운용업계 내부에서 적정 수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삼성자산운용은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고집한다. 후발 주자들의 경쟁력을 보존해 ETF 시장 전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인다. 투자자의 이익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각 자산운용사들의 코스피200·인버스·레버리지·국공채권 ETF 상품들 중 삼성자산운용의 수수료가 부문별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코스피200 ETF의 경우 삼성자산운용이 0.35%를 수수료로 받을 때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0.15%를 받았다. 인버스·레버리지 등 파생형 ETF 상품에서는 삼성자산운용(0.79%)과 최저 수수료 운용사(0.15%)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수수료 차이에 비해 수익률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코스피200 ETF의 경우 최고 수수료를 받는 삼성이 최근 3개월간 8개 운용사 중 최저 수익률(1.65%)을 보인 반면 최저 수수료를 받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고 수익률(2.07%)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자산운용업계에서 ETF 보수인하 경쟁 바람이 불었지만 유독 삼성은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현재 13조원 수준인 ETF 시장 규모가 30조원까지 성장하기 전에는 보수인하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뚝심이었다.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은 삼성의 ETF를 선택하고 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은 ETF 시장을 10년 넘게 개척해 왔다”며 “유동성과 브랜드 가치가 뛰어난 삼성이 수수료를 0.01%만 낮춰도 다른 운용사들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운용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다. 후발 주자를 생각해준다는 철학은 어불성설이며, 보수 인하의 수혜자는 결국 투자자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삼성 측을 몰아붙이고 있다.
한 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투자자 입장을 고려한다면 ETF 보수를 인하해야 옳다”며 “운용 방식 등이 보편화된 코스피200 관련 ETF 등은 다른 곳보다 보수가 높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운용사의 ETF 관계자도 “보다 많은 혜택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펀드 운용의 본질”이라며 “업계를 생각하기 이전에 투자자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뱅가드(Vanguard)·아이셰어(iShare) 등 해외 대형 운용사의 경우 ETF 운용 보수의 일정 부분을 펀드에 되돌려 넣어 투자자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뱅가드는 애초부터 인건비 이외에 회사가 수익을 챙기지 않는 구조로 설립돼 있었다”며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운용사들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사이즈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