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새누리 ‘엄마표’로 승부수 건다

입력 2012-10-31 21:50

새누리당이 연일 ‘여성 대통령’ 얘기를 하고 있다.

김무성 총괄본부장은 31일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야당은 여성이 대통령 되면 안 된다는 말인지, 박근혜 후보가 여성이라 안 된다는 말인지 분명히 밝히라”며 “야당 주장이야말로 여성을 기존 통념에 집어넣는 성차별적 발상이고 흑백논리”라고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이 박 후보를 향해 ‘여성성은 없고 남성성만 있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편 게 없고 생물학적 여성일 뿐이다’라고 비판하자 반박한 것이다. 유정복 직능본부장도 “여성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치를 쇄신하고 국격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당초 국면전환용에 가까웠던 ‘여성 대통령’ 논의에 이렇듯 열을 올리는 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주도한 사실상 첫 이슈인 셈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우리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야권이 연일 반박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5년 전 ‘여성 대통령’을 핸디캡으로 생각했던 박 후보가 지금은 이를 장점으로 여긴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경제 위기에 북한 미사일 실험으로 안보 위기까지 닥치면서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박 후보가 여성이란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5년을 거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남성이 경제나 안보 문제에서 우월하지 않다는 게 확인되면서 더 이상 여성 대통령이 특정 지역·연령층에 거부감을 주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는 답변이 71.1%였다. 새누리당이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또 지금도 경제 위기 상황이긴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으로 ‘힐링(치유)’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어 여성 특유의 모성 리더십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소통과 위로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됐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엄마처럼 구석구석 살피는 리더십이 먹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은 박 후보가 사회적 약자와 소외층을 보살피는 현장 행보를 통해 ‘엄마 리더십’을 강조할수록 이미지 변화와 함께 지지층 확산을 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나래 유동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