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포커스] 票만되면 원수라도… ‘묻지마 영입’ 후폭풍
입력 2012-10-31 19:06
대선 ‘D-48’을 맞아 여야 대통령 후보 진영의 세 불리기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표만 된다면 누구든 받아들이겠다는 ‘묻지마’ 영입이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명분 있는 국민 통합이나 지지층 저변 확대가 아닌 마구잡이식 영입은 오히려 구태정치로 비춰져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거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8일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을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안보정책특보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허 전 사령관은 3시간 뒤 국민행복당 대표로 수십 명의 당원들과 함께 새누리당 입당 기자회견을 갖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는 9월 28일 연극인 손숙씨와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선수의 영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손씨는 본인이 부인해 영입이 취소됐고 김 선수는 사흘 뒤 경북 선대위 공동위원장직을 자진사퇴했다. 여야 대선 후보 캠프가 영입 대상자 본인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명단을 먼저 발표하고 보자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비리 전력이 있는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해 당내 분란이 일기도 했다. 31일에도 당 대통합위원회는 설송웅 전 의원 등 민주당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해 171명에 달하는 고문 및 분과·자문 위원으로 추가 임명했다.
문재인 캠프는 ‘선대위원장’ 타이틀을 가진 사람만 수백명이다. 중앙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이 10명이고, 전국 17개 시·도 선대위의 상임·공동·특별 선대위원장도 228명에 이르자 선대위원장 자리를 너무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출신인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캠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해 논란이 됐다.
안철수 캠프 측도 관치 금융의 상징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영입하는가 하면, 혁신 대상이라던 새누리당과 민주당, 청와대 출신 인사들까지 무분별하게 영입해 비판을 받고 있다.
여야 캠프의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거나 특보로 임명되는 사람들 가운데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선 때가 되면 ‘정치브로커’들이 후보와의 친밀감을 과시하기 위해 캠프 핵심 실세에게 줄을 대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캠프 관계자는 “세를 불리는 건 좋은데, 캠프에 자꾸 이상한 사람들이 몰려오는 건 안 좋다”며 “경험으로 보면 선거가 임박하면서 별의별 사람들이 다 줄을 대고, 어디든 자리 하나 만들어 달라고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영입은 인물난을 보여주는 증거이고 그 폐해는 대통령 측근 비리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세 확장이라는 이름 아래 묻지마 영입이 진행되다보니 의미도 없고 후보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만큼 캠프가 인물난을 겪고 있고 초조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캠프 내 위원회가 많아지면 후보가 대통령이 된 뒤에 보은인사 등 구시대 정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김재중 손병호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