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가난도 이 청년들을 꺾지 못했다… 삼성 ‘열린 채용’ 감동 사연

입력 2012-10-31 21:26


#1.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에게 맡겨진 이모(26)씨.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암 선고를 받았다. 1년간의 항암치료기간은 고통스러웠지만 대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끈기와 어떤 고난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했다. 복학 후에는 학급회장을 맡아 전보다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고, 4년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자기관리와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아 지금은 테니스와 복싱을 즐길 수 있을 만큼 건강도 회복했다.

#2. 빈 병 수거부터 목욕탕 청소와 정육점 아르바이트까지, 박모(27)씨는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는 ‘알바왕’이다. 오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사고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동생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병원비로 진 빚 때문에 빚 독촉에도 시달렸지만 한번도 대학진학의 꿈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아버지 병간호에 생활비를 마련해가며 꿈을 잃지 않았고,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3. 김모(27)씨의 불행은 초등학교 시절 외할머니 댁으로 향하던 단란한 가족여행길에 시작됐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몇 년간 병원신세를 지면서 생활고를 벗어날 수 없었다. 김씨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성적보다 낮은 지방대학을 택했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었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다문화가정 교육봉사활동에 나섰다.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아 교내 학술 경진대회에서 논문으로 최우수상과 대상을 휩쓸었다.

드라마틱한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당당히 삼성의 문을 열어젖힌, 삼성그룹이 올 하반기 저소득층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한 신입사원들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6월 ‘함께 가는 열린 채용’을 도입한 후 처음 실시한 올해 하반기 3급(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4500명 중 5%에 해당하는 220명을 저소득층 가정 출신으로 선발했다. 전국 대학에서 620명을 추천받아 능력을 검증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어려움을 이겨낸 학생들은 누구보다 회사생활을 잘 해낼 것을 믿는다”며 “이들의 인성과 경험이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채용한 것은 이들의 ‘도전과 극복정신’인 셈이다.

삼성은 또 ‘함께 가는 열린 채용’을 통해 전체 합격자의 36%에 해당하는 1600명을 지방대 출신으로 채용했다. 여성 합격자도 1400여명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해 종전의 20%대보다 많아졌다. 장애인 600명도 추가로 채용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