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이 오만 인물 끌어 모으기 경쟁인가
입력 2012-10-31 18:37
가치 공유 없는 영입은 집권에 걸림돌 될 뿐
대선을 5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후보들의 사람 끌어 모으기 경쟁이 가관이다. 이번처럼 뚜렷한 쟁점이 없는 선거일수록 외부 인사 모셔오기는 유권자인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어 정치권에서는 자주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다. 문제는 후보들이 구체적인 나라의 미래 비전 제시는 소홀히 하면서 이벤트식 영입 발표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카를 최근 영입했다. 이는 호남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어제는 무려 170명에 달하는 특위 위원들에게 임명장도 줬다. 대부분은 전직 민주당 인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겉으로는 이념통합과 지역통합을 내세우고 있지만 효과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로 탈출구 찾기가 급하다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감동적이지는 않다.
외부 인사 영입에 안달하기는 민주통합당도 똑같다. 본인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기무사령관 출신 인사 영입을 발표했다가 불과 3시간여 만에 이 인사가 새누리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체면만 구겼다. 노동특보단 영입 발표도 정정했다. 구시대 유물인 세 과시를 위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자초한 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새로운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면서 마구잡이 영입이라는 우리 정치의 부정적인 면만 배우는 것 같아 아쉽다.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의 동질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민주노총 간부와 정체가 불분명한 노동계 인사를 대거 모아 노동연대센터를 발족시켰다. 조만간 국방장관 출신 인사가 포함된 국방포럼을 발족시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같은 인물을 두고 민주당과 물밑 영입경쟁도 벌인다니 실망이 크다.
정치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목표를 향해 약진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인재영입을 무조건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사람 모으기 경쟁은 아무런 원칙 없이 영입대상자의 상징성에 기대 표를 좀 받아보자는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내실 없이 이미지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비열한 수법이다.
우리 정치 풍토상 선거를 목전에 두고 영입된 인사들은 경륜과 철학을 높이 사 모셔왔다는 그럴듯한 선전과는 달리 들러리나 병풍용으로 활용돼 왔다. 일부 인사들은 상대 진영에 갈 경우 타격이 예상돼 끌어들인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관심을 끌기 위해 파격영입이니 깜짝 영입이니 떠들지만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지나친 영입 경쟁은 선거철만 되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철새 정치인에게 아늑한 보금자리만 제공한다는 부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다. 설사 이런 인사를 모아 집권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짐이 될 뿐이다. 정치는 정직한 것에서 출발한다고 논어에도 나와 있다. 나라의 미래를 제시하는 뜨거운 정책 경쟁이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