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경영체제 하에서도 투자는 유지돼야

입력 2012-10-31 18:35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1.6%에 그치면서 올 성장률 전망치가 3%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업들의 실적도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기업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표적인 대기업집단들조차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경제 한파가 밀려오는 게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12대 대기업집단에 속한 92곳의 비금융 상장사 중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제외한 10개 그룹 63개 계열사의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전년 동기대비 악화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을 이자 등의 금융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1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전부 지출했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클 때 현금흐름은 양호하며 1보다 작을수록 악화된다.

특히 GS·한진·금호·동부그룹 등 4곳은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를 기록했다. 이들 그룹은 금융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자금을 추가로 차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자비용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늘리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일 것이다. 현재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부분 내년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경영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 이른바 비상경영체제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조짐은 9월부터 이미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분기 성장세 부진을 주도한 설비투자가 9월 중 전년 동월대비 -8.2%를 기록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이처럼 비상경영체제가 본격화될 경우 투자 위축이 심화되고 이는 일자리감소, 소득 정체 및 하락,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성장세 단절을 야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업들이 각각 나름의 경제전망에 입각해 비상경영체제를 모색하겠다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다만 경기 하락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투자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무작정 경영목표치를 낮추고 투자를 줄일 것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쪽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충실히 함으로써 투자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 하락기야말로 되레 기업들의 중점 사업에 대한 정비가 요청되는 때다. 기업 구조조정의 적기라는 얘기다. 과거 무분별하게 확장했던 계열사 또는 사업영역을 조율하고 중점투자 대상을 명확히 하는 등 투자 재조정을 꾀함으로써 확실한 수익모델 구축이 가능하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투자가 계속돼야 하는 것은 비단 공익적 차원뿐 아니라 기업의 활력 유지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