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기면서 설레기 시작했다. 어떤 희망을 만나게 될지, 어떤 천사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내 인생은 월드비전을 만나기 전과 후로 정확하게 나뉜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무기력함과 잃어버린 자존감으로 힘들었던 내가 월드비전을 만나면서 에너지가 생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한 달에 3만원이라는 돈으로 지구 반 바퀴 너머에 있는 아이가 공부를 할 수 있고, 병원에 가고, 친구들과 뛰놀 수 있게 하는 후원은 ‘이 세상에 내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배부른 푸념을 하던 내게 새로운 희망과 빛으로 다가왔다.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수도 다카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물질의 풍요와 빈곤이었다. 한 장면 안에 더러움과 깨끗함이 공존했다. 예쁜 원피스를 입고 곱게 땋아 내린 머리를 한 아이는 콜라병을 쥐고 야무지게 빨대로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땟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남들이 버린 콜라병을 줍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 많은 수가 학교를 가지 못하고 폐지와 병을 팔아 살림에 보탠다고 했다. 그렇게 버는 돈이 고작 한달 3∼10달러. 빈부의 격차가 너무 심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한국월드비전 사업장이 있는 보그라 지역에서도 많은 아이가 학교에 가는 대신 일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에게 물었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학교도 가지 못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들 역시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집이 어려우니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행히 월드비전이 야학을 운영하고 있었다. 낮에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밤에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영양센터에서 영양죽 만드는 것을 도왔다. 타국에서 온 내가 죽을 만들기 위해 곡식을 빻고 볶는 모습이 재미있는지 내 행동 하나하나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웃다 보니 행복해졌다.
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환하게 웃음 짓는 아이들에게서 웃는 법을 다시 배웠다. 열심히 살자.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나에게 외쳤던 말이다. 사랑과 희망을 위해 치열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니 이 세상이 덜 버겁게 느껴졌다. 월드비전은 내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사랑만이 희망임을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 이 세상에 많은 아이가 우리의 사랑으로 희망을 안게 되길 바란다.
[인터뷰-월드비전 홍보대사 박정아] 그들에게서 웃는 법을 다시 배웠다
입력 2012-10-31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