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장엔진’이 꺼져가는데 한가한 말만 하는 경제 수장들

입력 2012-10-31 19:07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가계는 빚에 허덕이며, 기업은 사활을 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력 추락과 함께 이미 ‘저성장 터널’로 진입했다. 원·달러 환율은 매일 연저점을 갱신하며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하지만 경제 수장들은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세계경제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국내 소비·투자 심리회복도 지연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불확실성 시대의 정책 대응과 관련해 ‘역경지수(AQ)’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고 기초체력 강화 노력을 꾸준히 병행해 우리 경제의 ‘AQ 지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기초체력 강화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박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 장관은 정부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질의에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확신이 서면 다행이지만, 일본을 보면 1990년대 초 불황국면에 지출을 확대했으나 경제가 별로 활성화되지 않고 재정만 악화됐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위기가 5∼6년 지속된다고 보면 그때마다 재정을 동원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을 주관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선진국의 양적완화를 탓하기보다는 국제적 정책 공조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선진국과)정보를 잘 공유하는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고만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시장에 푼 막대한 유동성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의 외환·주식 등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쳐 경기침체 속도조절이나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찬희 백상진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