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얼떨결에 민주 투사된 중국집 배달원

입력 2012-10-31 17:36


1985년 민주화 투쟁이 한창이던 시절, ‘철가방’으로 불리는 중국집 배달원 대오(김인권 분)는 여대생 예린(유다인 분)을 짝사랑한다. 최루탄 날리는 거리를 지나 대학 기숙사로 짜장면을 배달하며 예린을 흠모하던 대오는 어느 날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한다.

꽃다발을 들고 학교 앞에서 예린을 기다리던 대오는 엉겁결에 데모하는 학생들 틈에 휩쓸리게 되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 현장에 있게 된다. 정체를 밝히려 했지만 그 자리에는 예린이 있고, 대오는 그녀 앞에서 열혈 투사이고 싶다.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사진)은 배달원에서 뜻밖에 혁명을 부르짖는 투사가 된 대오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다룬 코미디다.

운동권 은어나 민중가요를 전혀 모르는 대오는 다른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어둔 밤을 노래할 때 김완선의 ‘오늘밤’을 부른다. 미 대사관 책임자와의 담판 때 대학생들을 대신해 얼떨결에 배운 짧은 영어로 대화를 성사시키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방가? 방가!’의 육상효 감독과 주인공 김인권이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출연으로 ‘2000만 배우’라는 별명을 얻은 김인권이 두 번째 주연을 맡았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로 화려하게 등장한 조정석은 ‘민중가요계의 조용필’인 황영민 역을 맡아 출중한 노래실력을 뽐낸다.

이소룡 스타일의 노란색 ‘추리닝’, 커다란 뿔테 안경,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양복, 그리고 ‘타는 목마름으로’ 등 민중가요를 목 놓아 부르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이면 꽤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다.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편지를 쓰고, 약속 장소에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며, 대학생들이 모여 자기소개를 하면서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등은 요즘 청춘하고는 사뭇 달라 추억에 젖게 한다.

편하게 즐길만한 코미디이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충무로 블루칩인 조정석의 비중을 늘려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고증이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경은 1985년인데 대오가 즐겨 부르는 ‘오늘밤’은 그 다음 해에 나왔기 때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