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 MBC 아나운서 “2013년 봄이면 네팔 오지 ‘좀솜방송’ 들을 수 있어요”

입력 2012-10-31 17:28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오지의 소도시 좀솜. 우리나라 읍내 수준의 이 도시에 MBC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소규모 방송국을 지어주고 있다. 강영은(49·사진) 아나운서는MBC 측 업무를 주관하는 코이카협력부장. 이를 위해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 좀솜을 다녀왔다.

“히말라야산맥을 지붕 삼는 도시라 외부와의 소통이 쉽지 않죠. 방송국이 생기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자연재해 등에 신속히 대비할 수 있을 겁니다. 건축가 김인철(중앙대 교수)씨 등이 재능기부를 하는 등 민간 참여도 이뤄지고 있고요.”

좀솜방송국은 내년 4월 개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 교내 방송반 부스 정도의 설비에 지나지 않던 방송국은 고(高)전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신호를 내보내게 된다. 한데 예산만 있으면 너무나 쉽게 진행될 일 같지만 오지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평균 고도가 2700∼3000m의 산맥인데 카트만두에서 건축 자재 수송이 원활치 않죠. 우기엔 도로가 끊기기 일쑤고요. 지난 9월 초 기공식을 가졌으나 진척이 더뎌요. 특히 그곳은 오전 10시 넘어서면 강풍이 시작돼 저녁까지 계속돼요. 안테나 설비 등을 갖추려면 최악이죠.” 사전 조사를 위해 지난 6월 초 그곳을 방문한 강 아나운서는 죽을 고비도 넘겼다. 당초 5월 말 네팔 포카라를 경유한 좀솜행 비행기를 타려 했다가 사정상 취소했는데 바로 그 비행기가 착륙을 앞두고 산기슭에 충돌해 탑승자 21명 중 16명이 숨졌다.

“6월 초 도착해 보니 산자락에 비행기 동체가 그대로 박혀 있어요. 중장비가 없어 끌어내리지도 못 한 거죠. 그리고 9월 기공식 참석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사흘 뒤 좀솜발 여객기가 또 추락했어요. 간담이 서늘하죠. 그렇지만 봉사대원, 재능기부자, 개국을 기다리는 시민들을 생각하면 가지 않을 수 없죠. 신의 뜻에 맡겨야죠.”

앞서 강 아나운서는 지난 봄 산악인 엄홍길씨 등과 함께 역시 네팔의 오지마을 비레탄티 등에 학교를 지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음 목표는 에티오피아에 학교를 세우는 일입니다. 방송사의 이런 해외봉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우리가 1950∼60년대 외국봉사자 등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으니 이제 밖으로 손을 내밀어야죠. 이것도 방송의 공공성이라고 봅니다.” 1985년 MBC에 입사한 강 아나운서는 새벽 음악프로 DJ, 주요 뉴스 앵커로 활동하다 MBC의 첫 여성 스포츠캐스터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경기를 중계하기도 했다.

글=전정희 선임기자,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