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상대의 허를 찌르는 수
입력 2012-10-31 17:23
2012 올레배 바둑오픈 챔피언십 준결승전(10월 25일)이다. 이세돌 9단과 윤준상 9단의 피해갈 수 없는 승부. 워낙 전투적 성향이 강한 두 기사의 만남인 만큼 치열한 바둑이 될 것으로 봤다. 예상대로 그들은 싸워도 너무 싸웠다. 그 싸움의 발단은 초반부터 시작됐다.
<장면도> 초반에는 잘 나오지 않는 이색적인 정석의 진행이다. 흑의 날일자에 백이 1, 3으로 나와 끊은 장면. 흑도 답답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세돌은 고민의 여지없이 바로 백4로 붙여왔다. 기세의 충돌이다.
<참고도1> 끊어오는 수에는 1로 단수치는 수가 일감. 하지만 지금 수순은 백이 유유히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고 6으로 좌변까지 지켜 양쪽을 다 둔 결과다. 보통 상대의 뒤를 밀어주며 따라 나가는 것은 좋은 모양을 기대하기 어렵다. 흑의 불만이다.
<참고도2> 1로 붙여온 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 백이 좌변을 받아준다면 이제 흑은 중앙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5, 7로 백 한 점을 잡아버리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중앙을 받아준다면 좌변을 젖혀 제압하겠다는 뜻이다.
<실전도> 실전에서는 흑의 붙인 수에 1로 버틴 후 3으로 중앙을 지켜 바꿔치기를 선택했다. 흑4에 백이 귀를 받아준다면 먼저 좌변으로 손을 돌려 백을 제압하겠다는 의도. 결국 백은 귀를 포기하고 중앙 세 점을 제압하는 대변화가 일어났다. 결과는 실리 대 세력의 갈림으로 어려운 승부.
항상 전투를 하거나 공격을 할 때는 상대의 의도대로, 상대의 뒤를 밀어주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약점을 노리며 허를 찌르는 수를 찾아내야 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