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6) 13세 캄보디아 소년 살라이의 상처 난 손
입력 2012-10-31 17:43
연필대신 벽돌잡은 이 소년의 바람은… “어서 어른이 돼서 일당 더 받았으면”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제게 일당을 조금 더 줄 텐데요.”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 벽돌공장. 허연 벽돌 재를 뒤집어쓴 채 한 소년이 맨손으로 벽돌을 나르고 있다. 올해 13살인 살라이는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뜨거운 열이 쏟아지는 벽돌공장으로 출근한다. 진흙이 잔뜩 묻은 살라이의 손바닥은 굳은살이 자리 잡았고 팔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거운 벽돌을 나르느라 키도 또래보다 한 뼘이나 작다.
살라이는 진흙을 반죽하고, 기계로 반죽을 자르고, 완성된 벽돌을 정렬하는 일을 한다.
“처음에는 기계가 무서웠지만 익숙해졌죠. 지금은 벽돌을 쌓는 일이 힘들어요. 무거운 벽돌을 떨어뜨려 자주 발가락에 피가 나고 퉁퉁 부어올라요.”
신발 없이 맨발로 일을 하는 살라이의 발등은 전에 다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그 위로 다른 상처가 또 나 있었다. 공장에서 나는 먼지 때문에 눈도 아프고 숨을 쉬기도 어렵다.
살라이가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는 바로 집의 빚 때문.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 가끔씩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살라이의 동생은 병약하다. 어머니는 결국 생계와 치료를 위해 벽돌공장 주인에게 노동을 담보로 하고 고금리 사채를 져야 했다. 그 돈을 갚기 위해 살라이의 두 형과 살라이, 어머니는 벽돌공장에서 매일 일한다. 벽돌 생산량에 따라 주당 8만∼16만 리엘(약 2만2000∼4만4000원)을 번다. 대부분 빚을 갚는 데 쓰이고 남은 돈은 생계에 보탠다고 했다.
살라이 가족은 제대로 된 거처도 없다. 모두 벽돌공장 근처 벽돌에서 쭈그리고 새우잠을 잔다. 오물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도 버거운데 살라이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어머니 걱정을 했다. “저는 항상 엄마가 불쌍해요. 제가 해봐서 알아요. 벽돌공장 일은 정말 힘든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거든요.”
문제는 살라이 같은 아이들이 캄보디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 2억명이나 넘게 있다는 점이다. 1999년 세계노동기구(ILO) 총회에서는 아동의 가혹한 노동과 강제 징병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협정 182조’가 만장일치로 채택됐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캄보디아에는 살라이처럼 아동 노동에 시달리는 14세 이하 인구가 7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월드비전 캄보디아의 비치헤카 간사는 “벽돌공장, 의류공장 등 많은 아이들이 교육의 현장이 아니라 노동의 현장에서 안전장비도 없이 착취당하고 있다. 이런 물건들은 전 세계로 수출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우리의 관심이 지속되지 않는 한 아동 노동을 뿌리뽑기 어렵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무거운 삶의 궤적 속에서도 살라이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벽돌공장에서 일했지만 최근에는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방과후에는 벽돌을 잡아야 하지만 살라이는 꿈만 같다고 했다. 오토바이 정비공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다.
“빚 때문에 아직은 벽돌공장에서 가족을 도와야 하지만 언젠가는 오토바이 정비공이 될 수 있겠죠? 아무리 고장나고 망가진 오토바이도 다시 달리게 만드는 손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손 같아요. 돈도 많이 벌고요.”
이 말을 남긴 살라이는 다시 뜨거운 증기가 솟아오르는 벽돌공장으로 들어갔다.
글=김효정(한국 월드비전 간사), 사진=비치헤카 속(캄보디아 월드비전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