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자영업자·고령층… 가계부채 부실 뇌관

입력 2012-10-30 21:16


우리나라 가계부채 부실 뇌관으로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이 지목됐다. 은행·비은행을 가리지 않고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많은 데다 고금리·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빚을 갚을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우려가 크다.

금융연구원은 30일 세미나에서 저소득 다중채무자는 부채 비중이 크지 않지만 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부실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다중채무자 316만명 중 연소득 2000만원 이하는 12.6%, 3000만원 이하는 38.1%를 차지했다. 이들의 빚이 전체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1%와 19.7%로 적었다. 저소득층은 여러 금융회사에서 조금씩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다중채무자 중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하는 50대 대출자는 2007년 23.3%에서 2008년 24.7%, 2009년 26.2%, 2010년 27.7%, 지난해 29.3%, 올 6월 31.5%로 매년 증가세다. 이들은 퇴직 이후 소득이 급격하게 줄어 만성적 가계부채 문제의 ‘촉매’가 될 수 있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선임연구원은 “단기 연체자나 다중채무자가 채무관리에 적극 임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신용상담 이수 시 금리를 깎아주는 등 유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령층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 집값 하락의 충격을 크게 받는다. 60대 이상 대출자는 3만4489명, 대출금은 1조9460억원이다. 1인당 평균 부채가 5648만원으로 전체 평균 4803만원을 웃돈다.

이들은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질수록 대출금 상환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60대 이상의 연체율은 0.93%로 전체 평균(1.09%)보다 다소 낮지만 60대 이상 중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계층의 연체율은 1.35%로 20∼50대보다 높았다.

김영도 연구위원은 “50대와 60대 이상은 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커 만기도래 시 원금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에 따른 부실위험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영업자는 부채 상환능력이 낮고 고위험 대출자 비중도 높았다.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59.2%로 상용근로자(83.4%)의 약 2배 수준이었다. 지난 5월 기준 자영업자 연체율은 1.17%로 3월 1.0%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3월 0.98%로 지난해 말 0.81%보다 0.17% 포인트 올랐다.

자영업자 가운데 대출을 3건 이상 받은 다중채무자는 4명 중 1명(25.3%)꼴이었다. 자영업자 대출 중 제2금융권 비중은 지난 3년 연속 상승해 최근 44%에 달했다.

노형식 연구위원은 “제2금융권 금리가 대체로 은행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대출의 고비용화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해 상환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