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날 국민훈장 목련장 받은 5급 지체장애인 김순자씨 “하루 1200원 벌면 1000원 저축”

입력 2012-10-30 20:08

김순자(59)씨는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한 5급 지체장애인이다. 1급 시각장애인 남편과 결혼해 힘들게 살아왔다.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도 김씨는 항상 밝았다. 저축의 힘이 김씨를 붙잡아줬기 때문이다.

김씨는 “저축만이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다짐하며 재봉틀을 돌렸다. 옷 수선 등을 해 1200원을 벌면 1000원을 저축했다. 한푼 두푼 통장에서 불어나는 돈을 보면서 자립의 꿈을 키웠다.

생활이 안정되자 김씨는 과거의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극빈층 장애인들에게 쌀, 라면, 연탄 등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입지 않는 옷을 모아 수선한 뒤 장애인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실버카’ 200대를 사들여 걷기 힘든 장애인들에게 주기도 했다.

선행은 기부로만 그치지 않았다. 1993년부터 6년 동안 극빈 장애인 337명에게 2만5000원짜리 통장을 일일이 만들어줬다. 그들을 일일이 만나 “국가에서 나오는 생계보조비의 10%라도 저축하라”고 설득했다. 저축으로 경제적 자립을 이룬 자신의 경험담도 들려줬다.

평소 ‘저축 전도사’로 불리는 김씨는 이런 공로로 30일 열린 ‘제49회 저축의 날’ 행사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헌신적인 이웃사랑과 저축의 소중함을 몸으로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백마강재활용수집장 김종원(72) 대표, 탑웨딩홀 이순기(48) 대표, 충북 청주시 봉명동 영미청과 신경숙(57·여)씨 등이 국민포장을 받았다. 배우 조인성씨가 대통령 표창, 배우 이민정씨와 아나운서 이지애씨가 국무총리 표창,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와 가수 2PM의 멤버 이준호씨, 배우 장미희씨, 배우 박보영씨가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지난해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이자 부담이 가계저축률을 낮추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국민의 저축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자산가격 거품을 미리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