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패션 스타일 컨설턴트 리노 이엘루치 “남자의 변신은 무죄… 느낌대로 입어라”

입력 2012-10-30 19:21


“한국 남성들은 옷을 너무 재미없게 입는 것 같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용기를 갖고 도전해보세요.”

‘이탈리안 클래식의 구루(스승)’로 꼽히는 리노 이엘루치는 “한국 남성들은 숫기가 없고, 자신감도 부족하고, 무난한 것을 최고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960년대 초반부터 남성편집매장 ‘알바자’를 운영하면서 패션 스타일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지난 25일 서울 도화동 신원의 반하트 옴므 전시장에서 만났다. 리노는 ‘2012 추계 서울패션위크’ 서울컬렉션 이틀째인 23일 전쟁기념관에서 펼친 ‘반하트 디 알바자’ 쇼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내한했다. 반하트 디 알바자는 그가 국내 패션 기업 ‘신원’과 콜래보레이션(협업)해 2011년 출범한 ‘반하트 옴므’의 최고급 라인이다.

리노는 “컬렉션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전쟁기념관에서 개최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서울패션위크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매우 좋았다”면서 “목표의식을 갖고 계속 노력한다면 서울컬렉션이 세계 5대 컬렉션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구촌 멋쟁이들의 패션 사진을 올리는 스콧 슈만의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에서 최다 메인표지 모델로 등장했던 그에게 숫기 없는 한국 남성이 멋쟁이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 봤다. 유행에 민감하면 될까?

“스타일은 유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무엇이지요. 자신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유행을 좆거나 틀에 박힌 옷은 입지 마세요. 자신의 생각, 느낌대로 입어야 합니다.”

그는 유행은 6개월이나 1년 뒤에는 사라져버리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유행을 따라 하는 것도 아니고, 느낌대로 입으면서 멋쟁이가 되기. 패션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좀 더 구체적인 조언을 요구했다.

“거리, 백화점은 물론 패션쇼장에서 본 남성들의 옷차림이 거의 비슷하더군요. 왜 모두 검정색, 감색 등 그렇게 짙은 색만 입지요?”

그는 “밝은 색상에 도전해보라. 나이가 많다고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시도해보라”고 부추겼다. 밝은 색상을 입으면 기분까지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 자신도 하늘색, 연한 회색, 아이보리색 등 밝은 색을 주로 입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본 한국 남성들 대부분이 재킷 소매와 바지 길이를 지나치게 길게 입던데, 이런 점도 슈트의 맵시를 그르치게 합니다.”

재킷 소매 길이는 셔츠 소매가 1.5㎝ 정도 보일만큼 짧게 입는 것이 정석. 그는 팔을 들어보였다. 셔츠소매 끝 단추를 풀러놓은 채 팔찌를 여러 개 하고 있었다. 나이 밝히길 거부했지만 예순은 훌쩍 넘겼을 그가 팔찌라니? 그는 “비즈니스 미팅 등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팔찌 등 액세서리를 해서 개성을 살려 보라”고 했다.

“클래식해보이지만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링을 시도해보세요. 고정관념을 깨고 꽃이나 손수건과 같은 소품을 활용해 재미있는 스타일을 연출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는 작은 룩 북(Look Book)을 꺼내 보여 줬다. 이 룩 북을 얻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남성들이 ‘알바자’로 찾아온다고 자랑했다. 20대의 리오 사진으로 시작된 룩 북의 모델은 대부분 그 자신이었다. 재킷이나 코트의 윗 포켓에 장갑을 행커치프처럼 꽂은 사진을 보여 줬다. 이런 작은 변화가 스타일을 만들어간다는 것.

요즘 한국에선 비즈니스 캐주얼을 즐겨 입는 남성들이 늘어나지만 연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걱정들이 많다고 하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장보다 비즈니스 캐주얼 연출이 더 어렵긴 합니다. 스타일이 멋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많이 보 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그는 국내에서 가진 스타일링클래스에서 설명보다는 옷을 잘 입은 남성들의 슬라이드를 보여 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핑크색 치노팬츠에 검정 재킷, 애플그린색 치노팬츠에 스카이블루색 재킷, 청바지에 회색재킷….

“컬러에 도전해보세요. 그리고 몸매가 드러날 만큼 딱 맞게 입도록 하세요.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멋쟁이 남성이라면 5가지의 구두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끈으로 묶는 검정색 옥스퍼드화, 정장에는 물론 캐주얼에 잘 어울리는 갈색 윙팁(앞발등에 날개모양으로 펀칭이 돼 있는 구두), 맨발로 신을 수 있는 짙은 밤색 로퍼, 끈 대신 넓은 가죽 끈을 금속 버클로 연결한 밤색 뭉크스트랩, 그리고 클래식한 스니커즈 등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