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재산 조사해 공개하라”

입력 2012-10-30 19:11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당 지도부에 정식 서한을 보내 “전담기구를 통해 재산을 공개적으로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부정 축재한 사실이 드러나면 공개재판을 받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화교 언론 보쉰(博訊)과 둬웨이(多維) 등은 30일 당 고위층과 긴밀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하면서 편지가 전달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원자바오는 편지에서 “국내외 언론 관계자들이 이 과정에 참여해 달라”며 “우리 가족은 공개적인 조사에 아무 조건 없이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지는 “만약 공개 조사가 어렵다면 전문조사팀을 구성해 독립적인 조사를 해 달라”면서 “이것마저 불가능하다면 즉시 내 재산을 공개하는 것에 당 지도부가 동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원자바오 가족이 3조원대 부정 축재를 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은 두 번째 대응이다. 당 지도부는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원자바오가 이 과정에서 실제로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공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자바오가 자신과 가족의 재산과 관련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라고 보쉰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더욱이 원자바오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정치국 회의에서 “나의 재산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조사를 받은 뒤 어떤 부패행위라도 드러나면 즉시 사퇴하고 당 기율과 국법에 따라 처벌받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원자바오는 “당과 정부 관원들의 재산공개를 즉시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하면서 “나부터 재산 공개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과 정부 내 반발에 부딪혀 공직자 재산공개 입법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바오의 대응 방식은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대비된다. 시진핑은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6월 자신의 가족이 부정 축재했다고 보도했을 때 대외적으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원자바오 일가족 재산과 관련해서는 관련 기관이 이미 수차례 엄격한 조사를 실시했지만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조사에 참여했던 인사가 밝혔다. 부인 장페이리(張倍莉)가 대만에서 고가의 보석을 샀다는 소문, 가족들이 핑안(平安)보험 주식을 통해 축재했다는 부분, 아들 원윈쑹(溫雲松)이 정젠위안(鄭建源)이라는 가명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 등이 모두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