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수시모집 수능최저기준 낮춰야”

입력 2012-10-30 19:05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요 대학들에 201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도록 권고했다. 최저학력기준을 점차 높이고 있는 일부 수도권 대학들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지만 대학들은 최소한의 변별력 유지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개최한 주요 대학 입학처장 간담회에서 내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최저기준 완화를 요청했다”면서 “많은 대학들이 현재 고민하고 있으며 권고에 따라 최저기준을 낮추려는 대학도 없지 않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입학사정관 전형을 비롯한 수시모집에서 최저기준이 낮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교과부는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 수능점수에 의존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한다. 수시모집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입학사정관제도 도입 6년차를 맞아 학생선발의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주요 대학들이 불필요하게 최저기준을 높게 책정하고 있어 수시모집의 취지를 퇴색시키면서 정부의 사교육 완화정책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다.

교과부는 2014학년도 수능 개편도 최저기준을 완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내년부터 수험생의 학력 수준에 따라 국어·수학·영어를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에서 선택해 본다. 주요대학들의 경우 수험생이 B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저기준을 낮추더라도 학력 미달 학생들이 대거 입학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른바 전형요소 중 하나를 억제하면 다른 요소가 부각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수도권 주요대학 입학처장은 “논술도, 면접도 쉽게 내라고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수능최저기준은 학력 미달학생을 걸러내는 거의 마지막 장치로 대학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수능최저기준을 포기해야 한다면 다른 쪽에서 변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학생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데 학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학력미달학생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위권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도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우수학생 유치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들은 다음 달 30일까지 대교협에 2014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