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피살사건 수사라인 ‘경고’ 솜방망이… 경찰, 제 식구 감싸고 인권 나몰라라
입력 2012-10-30 19:05
2010년 6월 대구에서 김모(25)씨가 승용차로 여대생 이모(26)씨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살해 직전 김씨의 차량을 발견해 20∼30m까지 접근했으나 실수로 차량을 놓치고 말았다. 피해자 집에 대기중이던 경찰 간부는 술을 마시고 잠을 잔 것으로 드러나 경찰청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징계위는 대구경찰청 차장·수사과장, 수성경찰서장 등 총경급 간부 3명과 경정급 간부 2명에게 모두 ‘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지난 5월 불법 안마시술소 업주의 수배 사실을 조회하는 등 수사 정보를 흘려준 서초경찰서 경찰관에 대해서도 경징계인 ‘감봉’ 조치만 내려졌다.
90% 이상 현직 경찰로 구성된 경찰 징계위원회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솜방망이 처벌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30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각 지방경찰청 징계위원회 외부 위원은 평균 6.37%에 불과했다. 외부 위원도 대부분 20년 이상 근속한 경찰 출신이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징계위원회에는 위원장을 포함해 40%까지 민간 외부위원을 위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경찰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전체 징계위원은 1020명이었고 현직 경찰출신 내부 위원은 91.3%에 달하는 931명이었다. 외부 위원 36명 가운데 30명은 전직 경찰 출신으로, 경찰 외부 인사는 6명에 불과했다.
이런 탓인지 경찰 자체 징계 건수는 늘고 있지만 중징계는 점차 줄고, 경징계는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파면된 경찰관은 2009년 150명에서 2010년 104명, 2011년 87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감봉과 같은 경징계 처분을 받은 경찰관은 2009년 239명에서 2010년 246명, 2011년 312명으로 늘었다.
수사 시 인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의무 사항을 일선 경찰들에게 교육시키는 과정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경우 인권수사 교육과정 이수자 비율이 2010년 0.6%, 2011년 1.8%, 2012년 2.3%로 극히 낮았다.
경찰 내 인권위원회 역시 유명무실했다. 경찰관 직무규칙에는 각 지방청이 인권위를 설치해 인권 침해 사례와 관련된 의견을 제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방경찰청 인권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는 최근 3년 동안 연 1회씩 3회에 불과했고, 인권 관련 개선 권고 조치는 전혀 없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