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보다 스펙만 따지더니… 결혼정보업체들 존폐 위기

입력 2012-10-30 18:59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의 풍조 탓에 국내 유명 결혼정보업체들이 잇달아 폐업하거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2월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결혼정보업체 ‘웨디안’이 폐업한데 이어 지난 8월 탤런트 선우용녀씨가 대표로 있던 ‘레드힐스’도 파산했다. 지난 22일에는 업계 2위였던 ‘좋은만남선우(선우)’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내 결혼정보업체 시장 규모는 1000억원 가량으로 상위 업체 6곳의 매출액(2010년 기준 460억원)이 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업계 1위인 ‘듀오’ 영업이익이 2010년 33억원에서 지난해 16억원으로 반토막 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결혼정보업체의 위기는 우선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90년에 결혼한 부부는 40만4931쌍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2만9087쌍으로 줄었다. 30대 초반 여성들의 29%인 53만4000여명이 미혼인 상태며, 30대 후반(35∼39세) 미혼 여성 25만4000여명 중 약 18만∼20만명은 50대 초반이 돼도 미혼일 것으로 전망됐다.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세태도 작용했다. 지난해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남녀 568명을 대상으로 ‘배우자감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1위는 ‘각종 동호회 및 단체활동(51%)’이었다. 회사원 허모(34)씨는 “결혼정보업체에서 내 스펙을 점수로 매겨 등급을 나누고, 인위적으로 주선하는 만남보다는 헬스클럽 등에서 맘에 드는 이성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중개업 관련 소비자 불만건수는 2010년 2408건, 2011년 2835건이 접수됐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2071건이나 됐다. 유형별로는 ‘계약조건과 다른 상대방 소개 등 허위정보제공’(32.8%), 환급거부·지연(27.1%), 과다한 위약금요구(12.7%) 등의 불만이 많았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