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외환거래 특별검사 나선다

입력 2012-10-30 18:54

원·달러 환율이 바닥없이 추락하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외환거래 특별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외환시장에 실질적으로 개입해 ‘환율 안정’ 의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그동안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이명박 대통령의 우려 표명 등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한국은행과 함께 다음 달 주요 외국환 취급 은행을 상대로 특별 외환 공동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최근 잔액이 크게 늘어난 선물환 포지션(은행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비율)과 외화 구조화예금의 운영 실태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특별 외환 공동검사는 2010년 10∼11월과 지난해 4∼5월에 이어 세 번째다. 1, 2차 검사 때도 선물환 포지션 운영 실태에 주목했다.

금융당국은 2차 검사 이후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기존보다 20% 축소했다.

선물환은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나중에 환전하되 미리 정한 환율로 거래하자고 약속한 외국환이다. 지금처럼 환율이 떨어지면 은행은 현재 환율이 반영된 현물환을 팔고 선물환을 사들이기 때문에 선물환 잔액이 늘어난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이 보유한 선물환은 약 440억 달러로 이 중 29.5%인 130억 달러가 올해 늘어났다. 지난해(310억 달러)보다 41.9% 증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선물환 포지션의 상승이 외채 증가 등 외환 건전성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금융당국이 구조화예금을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조화예금은 일반예금을 지표금리 등에 연계한 파생상품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일반 외화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이 예금을 운용하는 은행은 원화를 달러로 교환하는 스와프 거래로 외화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선물환이 확대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물환 거래가 많이 늘어난 이유가 뭔지 자금 흐름을 보고, 리스크 요인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30원 떨어진 1091.50원로 연중 최저점을 또 경신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