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편의점 도시락·PB상품 ‘불티’
입력 2012-10-30 21:14
서울 삼성동에 있는 회사를 다니는 채은미(27·여)씨는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주변 식당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음식값을 올려 부담이 커진 탓이다. 채씨는 “3000원 안팎에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동료들과 함께 종종 도시락 회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채씨 같은 직장인들이 주 고객인 편의점 풍경이 변하고 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한 도시락 구매가 크게 늘었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자체 브랜드(PB) 제품의 매출도 뛰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도시락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7% 늘어났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지난 8월 초 출시한 3600원짜리 ‘더블빅요일정식’은 전체 도시락 중 38%의 판매 비중을 보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보통 편의점 도시락은 3000원을 넘으면 안 팔린다는 불문율을 깨뜨린 것이다. CU 관계자는 “기존 도시락보단 조금 가격이 높지만 비싸진 점심 물가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판단을 하는 직장인들의 구매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븐일레븐도 늘어나는 도시락 수요에 맞춰 1950원부터 7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도시락 16종을 선보이고 있다. 주력 상품은 3000원 선이다.
출퇴근길에 주로 찾는 우유 등 음료도 저렴한 PB 제품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맛이나 브랜드 선호도에 따라 제품을 골랐지만 최근 들어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추세가 늘어난 것이다.
CU에서는 우유 판매 상위 10개 품목 중 4개가 PB 상품이다. 지난해 3개에서 1개가 늘었고 판매 비중도 4.6% 포인트 상승했다. PB 우유 가격이 브랜드 우유보다 100∼500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얇은 주머니 사정에 맞춘 초저가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3종, 과자 7종, 생수 등 7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아이스크림과 생수는 지난달 해당 카테고리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단것을 많이 찾으면서 사탕 매출도 지난해보다 96.6% 매출이 뛰었다. 특히 500원 이하 사탕 판매는 129.8%나 증가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