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방공망 보완이 최우선 과제다

입력 2012-10-30 19:13

국방부가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패트리엇 팩3(3단계 개량형) 미사일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그럴 거면 애당초 왜 팩2를 구입해 예산을 낭비하느냐, 군이 미래수요 예측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등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국방부의 이 같은 방침은 2009년 실전배치가 완료돼 현 방공망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패트리엇 팩2 미사일의 탄도탄 요격률이 40% 이하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실효성 있는 목표값인 요격률 70% 이상을 달성하려면 팩3로 대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원래 2007년 독일군이 사용하던 중고 패트리엇 팩2를 구입하려 했을 때 신형 팩3를 들여와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실 같은 해 북한은 옛 소련제 SS-21을 개량한 KN-02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가 하면 2008년에는 그보다 사거리와 정확도가 개량된 KN-06 미사일을 개발, 실전배치하는 등 미사일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런데도 요격률이 매우 낮은 중고 팩2 미사일을 도입한 것은 미래수요 예측에서 중대한 오판을 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당시 군이 팩2 미사일을 도입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예산 및 군사적인 문제다. 원래 패트리엇 미사일은 차기 대공미사일사업(SAM-X)으로 도입을 추진한 것이었다. 종래 나이키 미사일이 맡고 있던 고고도·장거리 방공망을 책임지게 하기 위한 것이다. 기본 방어 목적이 고고도 항공기용이지 대미사일용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항공기 요격이 주이고 미사일 요격이 부수적 기능인 팩2로 충분하다는 판단이 가능했다. 게다가 나이키는 당시 실전배치된 지 50년이 된 노후 무기라 대체가 시급했던 반면 예산은 부족했다. 팩3를 사오려면 2조원 이상이 필요했으나 SAM-X 예산은 1조원이었다. 중고 팩2로 눈을 돌리게 된 연유다.

그 외에 정치적 문제도 있었다. 팩3를 도입할 경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하려는 것 아니냐며 이른바 진보를 중심으로 한 국내 여론이 들고일어날 게 뻔했고, 중국도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을 게 분명했다. 노무현 정부가 그런 사태를 피하면서 평소 강조하던 ‘자주국방’ 의지를 보여주려면 팩3보다 팩2를 도입하는 게 필요했다.

그런 만큼 이제 와서 예산 낭비니 판단 착오니 떠들어봐야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현실적으로 북한의 미사일에 구멍 뚫린 방공망을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방법을 다 강구해야 하며 거기에는 팩3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 경우 여전히 ‘MD체제 편입 우려 타령’이 나올 테지만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그런 데 구애받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