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중국경제] 자산관리상품만 베팅… 자금은 돌려막기用
입력 2012-10-30 18:55
“중국에서는 자산관리상품으로 모인 단기자금이 부동산 등 장기 프로젝트로 흘러 들어간다. 새로운 상품의 자금은 만기가 닥친 기존 상품의 지급에 충당되고 있다. 이건 근본적으로 ‘폰지 사기(Ponzi Scheme·돌려막기)’다.”
중국은행 샤오강(肖鋼) 회장은 최근 급증한 자산관리상품의 자금 흐름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 경제의 앞길이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자금조달 문제나 부동산 규제정책 등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경제의 ‘3분기 바닥론’이 의심받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30일 샤오강 회장의 기고문을 인용해 “중국에는 ‘그림자 금융’이라고 불리는 구조적 위험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관리상품에 모인 단기자금이 금융기관의 돌려막기에 쓰이고 있어 중장기적 위험 요인이 된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자산관리상품은 2006년부터 5년간 18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KDB대우증권은 중국 자산관리상품의 급증을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비견했다. 자산관리상품의 투자 대상인 지방정부의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자들은 금융회사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반면 중국 금융기관들은 상품 관리를 불투명하게 한다는 점도 문제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떨어져 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면 직접적으로 은행 시스템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부동산 거품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수익 40%는 부동산 관련 세수 수입인데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이 하락하면서 재정수익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성연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2009년 경기부양책을 펼 때 중국 지방정부는 9조∼10조 위안의 자금 중 은행 대출로 70∼80%를 충당했다. 이 중 2조∼3조 위안은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바닥론’이 틀린 것으로 나타나면 글로벌 경제가 입을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달 경제지표 발표 이전에 바닥을 단정짓기는 불안하다”며 “만일 4분기에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재차 하락한다면 연말에 벌어질 미국 재정절벽 문제, 스페인 구제금융 지연 등 유로존의 도덕적 해이와 맞물려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줄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