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TV토론’ 속셈은 제각각

입력 2012-10-30 19:10

대선이 불과 50일 남았지만 한번도 열리지 않은 후보들의 TV토론을 놓고 각 진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일화를 앞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양자 토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까지 포함한 3자 토론에 대한 제안과 촉구가 잇따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 단일화를 주제로 한 TV토론은 선거운동기간 전에 언론사 주관으로 한 차례만 할 수 있고 선거운동기간에는 할 수 없다.

양자 또는 3자 토론 주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각 후보 진영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본부장은 30일 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빨리 결론을 내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단일화) 블랙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며 “(야권)후보 간 토론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간 끌지 말고 토론을 통해 빨리 단일화 결론을 내리라고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단일화 이슈에 묻히느니 박 후보도 TV토론에 참여해 단일화의 부당성을 알리고 야권 후보 간 이질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가 토론에 참여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며 “정책 준비가 잘 된 건 우리 쪽이다. 저쪽은 토론하면 논쟁을 하게 돼 국민에게 싸우는 것으로 비치고 ‘저렇게 입장이 다른 후보끼리 단일화하려 한다’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문 후보와의 정치대담에서 문·안 후보의 양자 TV토론을 제안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토론 제안을 수용한다. 하루빨리 안 후보와 만나 대한민국 혁신과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일화 논의를 앞당기는 계기로 토론회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안 후보 측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공식적으로 3자가 모여 (토론)하는 게 맞다”며 “둘만 만나서 해봤자 개혁이나 정책 문제는 호소력이 약하고,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라서 3자 토론이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를 끌어들여 다자 구도에서 안 후보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문 후보 측의 단일화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