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영논리에 휘둘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입력 2012-10-30 19:17
교육자치 위한 비전부터 제시하라
12월 19일에는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실시된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뒤를 이어 서울의 교육행정을 책임질 수장을 뽑는 선거다. 보수진영에서는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9명이 나섰고 진보진영에서는 이부영·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 등 4∼5명이 경합하고 있다. 선거비용은 무려 300억원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에게 ‘후보 단일화’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2010년 선거에서 곽 전 교육감은 인지도와 지지도가 크게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지지표가 분산된 보수 진영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보수·진보 진영 모두 “단일화에만 성공한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24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보수·진보 진영은 각각 32.4%, 33.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0% 정도인 부동층도 후보의 이념적 성향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각 진영의 집단논리가 교육감 선거를 좌우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서울시교육감은 각 진영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교육감은 초·중·고교 1300곳, 유치원 860여곳의 교육과 운영을 책임지는 교육자치의 대표자다. 130만명이 넘는 학생의 장래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공립학교 교사와 시교육청 관련 공무원의 인사권도 행사한다. 집행하는 1년 예산이 7조3000여억원이다. 서울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서울시교육감이 교육 분야에서 갖는 영향력은 대통령 못잖다. 곽 전 교육감이 ‘진보교육감’을 표방하며 각종 교육정책을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을 일으키는 동안 일선 학교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극심한 고통과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교육감이 교육자치라는 기본 원칙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도 곽 전 교육감을 대신할 새로운 교육감을 뽑는 선거가 또다시 진영논리에 휘둘리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민선 교육감이 두 차례 모두 중도하차하면서 발생한 인사·행정의 혼란, 무상급식 등 복지지출 확대에 따른 예산 부족, 오래되고 낡은 학교와 교육시설, 급변하는 교육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사에 대한 재교육,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학교폭력, 가계를 휘청케 하는 사교육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도 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조금도 없다. 심지어 ‘교육감은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라는 식의 정치논리만 무성한 게 현실이다.
교육감 후보들은 이제부터라도 이념이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킬 것이며, 각종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전문지식과 식견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면 그 토대 위에서 이뤄지는 게 순서다. 교육감 선거가 계속 진영논리에 매몰된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