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속들이 뒤져서 공무원 비리 전부 캐라
입력 2012-10-30 19:12
공무원들의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액수가 서민들이 평생 한번 만져보기도 힘들 정도로 클 뿐 아니라 범행이 수년간 이뤄졌는데도 감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 여수시 8급 공무원 김모씨는 2009년 7월부터 76억원을 횡령했다. 회계 서류를 조작해 국민 혈세를 빼돌린 뒤 부인의 사채를 갚고 친척들에게 아파트를 사줬다. 경북 예천군의 기술직 7급 직원은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주변 땅을 헐값에 사주겠다며 아는 이들로부터 46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전남 완도군과 제주도 제주시에서도 거액의 횡령 사고가 포착돼 감사가 진행 중이다.
중앙부처도 예외가 아니다. 통일부 8급 기능직 직원은 2007년부터 무단으로 관인을 찍어 만든 가짜 출금전표를 은행에 내는 방법으로 2억9000여만원을 횡령했고 후임자도 1200만원을 챙겼다.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 출납 담당 8급 직원도 직원 급여 회계를 조작해 7100만원을 가로챘다.
해당 공무원들의 실종된 공직윤리가 문제지만 비위가 횡행하도록 방치한 잘못도 크다. 여수시 공무원은 수년간 회계 업무를 맡았지만 순환보직 인사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다른 업무들은 대부분 전산화돼 있는데 상급자는 직원의 말만 듣고 수기(手記) 업무를 허용했다. 원칙에 맞지 않게 인력과 회계를 관리한 상급자의 책임 여부도 엄중히 따져야 한다. 수박 겉핥기 식 감사도 범죄를 사실상 방조했다. 여수시 회계과는 그동안 전남도 정기감사,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시 자체 감사 등 10여 차례 감사를 받았지만 비위가 발각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부랴부랴 227개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전수 감사키로 했다. 이번 감사는 제발 ‘맹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저질러진 비위를 속속들이 파헤쳐 죄 지은 공무원이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하고, 회계 감시망을 제대로 손봐 비위 소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현 정부 임기 말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공직사회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공직자들은 스스로 복무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