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 도입 가시화
입력 2012-10-29 19:03
담합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재계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9일 소비자의 전체 피해규모는 크지만, 개별 손해액이 적어 소송이 쉽지 않은 생필품 등의 담합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명시한 ‘담합 방지 및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고했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하도급거래의 기술 탈취 부문에만 적용되고 있어 생필품이나 학원수강료·가전제품 등의 담합이 적발돼도 소비자들이 구제받기 어렵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권익위에 접수된 담합 민원만 해도 2009년 1465건, 2010년 2580건, 2011년 338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담합 피해로 인해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피해자별 실손해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현행 민사소송체계 하에서는 손해액 입증을 위한 감정비 등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송의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또 소액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대표당사자의 소송 결과가 피해 집단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집단소송제도 도입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등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의 동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대선후보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이날 ‘중소기업 타운홀미팅 및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통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제도 도입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익위는 이와 함께 담합으로 과징금이 부과된 경우에는 담합 이전의 가격으로 조속히 낮출 수 있도록 공정위가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현재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중대해 경쟁 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로만 규정돼 있는 의무 고발 대상 담합행위를 구체적으로 법률에 명시하도록 했다.
부과 과징금액 또는 부당 이득액이 일정액 이상인 담합행위와 가격 담합, 거래량 한정, 시장 분할, 입찰 담합 등 독점력의 행사만을 목적으로 하는 적나라한 담합행위(경성 카르텔)를 의무 고발 대상으로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